증권
실적 악화된 카드사 `3중 쓰나미` 덮쳐
입력 2018-10-29 17:42  | 수정 2018-10-29 19:36
신용카드업계에 3대 쓰나미가 덮쳤다.
카드사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를 연내에 추가로 내리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연말 서울시에서 내놓는 서울페이를 비롯해 각종 '제로페이' 출시 등 카드사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가 많다. 해외 사업 확대나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등 실적 부진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새로운 성장동력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우대 구간을 확대하고 해당 구간 수수료율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11월 중순 수수료 체계 개편안을 완성해 당정협의와 청와대 보고를 거쳐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3분기 당기순이익(1136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0.4% 감소했다. 올 들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3955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3% 줄었다. 3분기 삼성카드 당기순이익은 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KB국민카드는 3분기 당기순이익이 76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804억원)보다 4.3% 줄어들었다. 바로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20.6%나 감소한 수치다.

정부가 지난 7월 시행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카드사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액결제 업종 수수료 인하 등으로 영업수익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당시 결제중개업체인 밴(VAN)사 수수료 체계 개편을 통해 소액결제가 많은 일반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였다. 이때 일반가맹점 수수료 상한선도 2.5%에서 2.3%로 낮췄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주요 수입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회사별로 적게는 45%에서 최대 82%에 육박한다. 카드사들이 다음달 예정된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일반가맹점 기준 평균 수수료율이 0.01%포인트 내려가면 수수료 수익이 430억원 정도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물론 가맹점은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제로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새로운 결제 방식 등장도 카드사 앞에 놓인 과제다. 가맹점 등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카드사 시장점유율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페이 등 QR코드 기반 결제 시스템은 수수료 없이 소비자가 직접 판매자에게 대금을 이체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 제로페이인 '서울페이'를 12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서울시 서울페이추진반 관계자는 "올해 말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까지 신용카드 사용 실적의 약 3%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며 "같은 기간 서울 내 가맹점 50만곳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이 269만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카카오페이 역시 이미 온·오프라인 가맹점 11만개를 확보했고, 월간 거래액은 2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카드사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축소한다면 부가서비스나 혜택 격차가 줄어 제로페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고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신용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줄여 가맹점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가맹점 수수료 의존도를 줄이고 포화 상태에 접어든 시장을 뛰어넘을 새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해외 시장 진출도 현재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카드사들이 해외에 설립한 점포 수는 14개뿐이다. 대부분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에 집중돼 있다.
빅데이터 활용은 아직 규제로 길목이 막혀 있다. 금융위원회가 법·제도 등의 종합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신용정보법(금융위) 개인정보보호법(행정안전부) 정보통신망법(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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