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헬기 안에 무전기가 잘 안돼 카톡으로 상황을 송신해야 한다. 이게 말이 되는 현실인가."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국정감사장에 등장해 국내 응급 의료체계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24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등장한 그는 30분가량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격정을 토로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전남 여수 해상종합훈련 도중 한 해경승무원이 갑판에 설치된 양묘기에 다리가 끼이는 중상을 입었지만 적시에 헬기로 이송되지 않아 숨진 사건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당시 전남 응급 의료전용 헬기(닥터헬기) 부두가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륙하지 못해 중증환자 이송이 지연됐다"며 "최근 3년간 닥터헬기 이착륙 불가 사유 중 61.3%가 비인계점으로 인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영국의 응급 헬기 실제 출동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현장에서 재생하며 "(한국을 제외하고) 전세계 어디에도 특정 인계점에만 헬기가 착륙해야 한다는 건 없다"며 "영국에선 주택가 한복판뿐 아니라 럭비 경기가 펼쳐지는 구장에도 경기를 중단한 채 응급 헬기가 착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응급 헬기에서 무전기가 안 돼 의료진이 직접 카카오톡 문자로 상황을 송신하는 영상을 보여준 뒤 "그것도 LTE 통신망이 터지는 저공 비행 시에만 문자 전송이 가능하다.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중증 외상센터 인력 부족 문제도 호소했다. 그는 "외상센터 간호사 수는 영미권이나 일본의 3분의1 수준에 그친다"며 "이 분야에 획기적으로 많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응급 이송체계의 문제점을 정부에 건의해도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중간관리자들 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1992년 관계부처 협의자료만 살펴봐도 지금의 (응급 이송) 문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지금까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며 "기관장, 심지어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도 그 지시를 내려받은 중간관리자들에게서 다 막혀 버린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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