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잡아라 잡(JOB)] 1년 내내 립밤 쓰는 男, 연이어 히트시킨 상품은
입력 2018-10-22 14:01  | 수정 2018-10-22 16:01

"과거엔 남자 손님들이 여자친구를 따라 끌려오다시피했다면, 요즘은 자발적으로 찾아와요. 면접용 화장품에 썬크림 등 자기 화장품을 사려고요. 혼자 오는 남성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롯데의 H&B(헬스&뷰티) 스토어인 롭스 이정민(38·사진) 상품기획자(MD)는 현장을 다녀보며 달라진 남성들을 모습을 누구보다 빨리 체감했다. 사내에서 보기 드문 남성 MD로 레이더망을 한껏 더 세웠다.
SNS 등을 샅샅이 뒤져 화장하는 남성들 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블랙몬스터' 제품을 발굴했다. 롭스에서 단독으로 판매한 블랙몬스터의 남성용 발색립밤이 큰 인기를 누렸다. 롭스에서 처음 시도한 남자 색조 화장품의 흥행이었다. 남성 카테고리 매출은 그가 블랙몬스터와 손잡은 후 150%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남성도 피부나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화장품을 사용하거나 또는 화장품을 사러 온 남성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비춰지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 남성은 1인당 화장품 구매액이 45달러(약5만500원)로 세계 1위를 기록해 글로벌 화장품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73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오는 2020년엔 1조4000억원대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다.
롭스는 이같은 남성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를 기획한 이정민 MD로부터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롭스에서 처음 도입한 남성용 색조화장품, 발색립밤의 성공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의 영향이 컸다. 입술이 건조해 립밤을 1년 내내 사용하는 이씨였기 때문이다. "입술이 굉장히 건조한 편이에요. 그런데 회사에서 사람들하고 얘기를 나눌때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면 신경이 쓰이니까 1년 열두달 립밤을 쓸 수밖에요."
나이가 들수록 생기가 없어 보이는 입술도 고민이었다. 그가 남성용 화장품 전문업체인 블랙몬스터에 발색 립밤을 눈여겨 본 이유다. 특히 간편함을 추구하는 남성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 듀얼 립밤 형태로 만들도록 제조업체에 역제안을 했다. 촉촉함과 발색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하자 남성들 사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고, 롭스 내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남성 소비자들을 겨냥해 상품 진열 방식도 과감히 바꿨다. 일반적으로 여성들 화장품 코너에 남성 화장품이 기능별로 함께 진열돼 있는 타사와 달리 남성 관련 제품을 한 곳에 다 모아두도록 했다. 남성용 기초화장품부터 색조화장품, 헤어제품, 남성 두피 전용 샴푸, 각종 잡화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한 곳에 둬 일종의 편집숍을 만든 것.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도왔고, 그 결과 남성 소비자들에 대한 롭스의 문턱을 더욱 낮출 수 있게 됐다.
"H&B업계에서는 대부분 기능이나 종류별로 진열하기 마련인데, 롭스에서 처음 남성용 브랜드를 한 데 모았어요. 몇몇 점포에서 도입해 본 결과 이 곳 저 곳 둘러보지 않아도 되니 남성 소비자들 사이 반응이 아주 좋아요. 남성 1인당 화장품 구매액이 한국이 세계 1위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진열방식은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더 자극해 객단가(고객 한 명이 한번에 구매하는 비용)를 높이는데 일조할 겁니다."
그는 국내외 시장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업무에서 다양한 트렌드 파악을 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최신 화장품 트렌드를 챙기기 위해 일주일단위로 인플루언서 등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를 수집하는 것은 기본이다. 후배들과 또 매장 직원들과 격의없이 얘기를 나누며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요즘 H&B스토어를 찾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보니 기초나 색조 화장품 뿐 아니라 뷰티툴로 넘어가고 있더라고요.파운데이션 브러쉬나 스펀지, 퍼프는 물론 헤어 스타일을 연출하는 각종 뷰티 도구들 말이에요. 이런 뷰티툴은 좋은 것을 쓰고 싶은데, 내 돈 주고는 사기 아깝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고퀄리티의 제품을 그래도 내가 살 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저렴하게 내놓으면 잘 팔리겠다 싶었죠."
청담동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뷰티툴로 사용해 유명해진 '피카소' 제품이 대표적이다. 롭스와 손잡고 특별 할인가로 한정 판매한 피카소 기획세트(브러쉬와 에어퍼프)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흥행 대박을 이뤘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세잔느와 삐아, 릴리바이레드도 롭스의 효자 상품으로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헤어카테고리 MD를 맡고 있는 그는 롭스의 모든 고객들의 헤어 고민을 해결해주는 MD가 되고 싶은 게 목표다. 특히 내년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두발 자유화가 시행되면 헤어 관련 제품은 10대부터 더욱 더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위해 그는 요즘 더욱 바쁘다. 하지만 또 다른 시장이 열리고, 수요가 생길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설렌다는 그다.
"지금도 여성 뿐 아니라 남성 소비자들이 염모제 등 헤어 제품을 사러 롭스에 많이 와요. 그런데 내년에 두발 자유화까지 되면 그 수요는 더 늘어날 겁니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다 만족시킬 참신한 상품들을 미리미리 발굴해야죠(웃음). H&B스토어 업력이 20년이나 되면서 고객층이 굉장히 다양해졌어요. 10대부터 50대까지. H&B스토어가 처음 생겼을 당시 10대였던 이들이 지금은 아기 엄마가 되거나 직장인이 됐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H&B스토어를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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