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양희은이 건넨 `뜻밖의 선물` 엄마와 딸을 잇다
입력 2018-10-21 18:52  | 수정 2018-10-21 23:22
20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양희은 콘서트 `뜻밖의 선물`이 열렸다. [사진 제공 = 마장뮤직앤픽처스]
양희은전(展)을 본 듯하다. 두 시간 반 동안 펼쳐진 공연에서 그는 목소리를 붓 삼아 삶을 그려냈다. 인생을 생생한 이미지로 풀어내는 그의 노래에 중장년 관객은 여고시절을 회상하고, 20·30대는 부모의 어린시절을 엿봤다.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양희은 전국 투어 콘서트 '뜻밖의 선물'이 그 출발을 알렸다. 주인공 양희은(66)은 스크린을 꽉 채운 액자 이미지 속에서 '가을아침'을 부르며 등장했다. 기타, 키보드, 베이스, 첼로, 하모니카, 드럼 등으로 이뤄진 밴드가 있었음에도 첫 시작은 육성만으로 채웠다. 목소리는 세종문화회관 1~3층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데뷔 후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음정은 떨어지지 않았고, 성량은 외려 풍부해졌다.
특히 인상적인 건 가사 전달력이었다. 젊은 관객이 처음 듣는 노래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부모와 같은 감동을 받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자막을 읽으며 노래를 듣는 것에 익숙해진 세대에겐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이 세상도 끝나고/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그 빛을 잃어버려."('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외국어를 지양하고 쉬운 모국어로 노래하는 그는 '대한민국 가사대상'을 두 차례나 탔다.
예술성에 대한 인정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세종문화회관, 이곳에 양희은이 선 건 12년 만이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총 3000여 석이 수일 만에 매진됐다.

"세종문화회관은 어떤 가수에게나 편한 공연장은 아니에요. 저도 떨었어요. 사람들은 제가 떤다고 하면 안 믿는데요(웃음). 무대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떨리는 게 나은 것 같네요."
그의 공연엔 매번 아쉽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관객마다 추억을 가지고 있는 노래는 제각각인데, 2~3시간 동안 모두 불러줄 수 없었던 이유다. 히트곡의 역설이라 할 만하다.
"공연이 끝나고 CD에 사인할 때, '왜 그 노래 안 불러줬어요'라고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메들리로 노래를 붙여 봤습니다." 양희은은 총 28곡을 불렀다.
양희은에게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었다. 처음 노래를 시작한 20대부터 60대인 지금까지,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충실히 표현해 왔다. 2014년부터는 '뜻밖의 만남'이라는 타이틀로 후배 뮤지션들과 협업을 이어왔다. 고등학교 동창과 같이 온 오경애 씨(57)는 "어렸을 때는 양희은 씨의 진취적인 부분을 좋아했다"며 "이제는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최근엔 젊은 팬이 대거 유입됐다. 방송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를 통해 '엄마가 딸에게'란 노래가 소개된 이후다. 이번 콘서트에서 그는 이 곡을 '악동뮤지션' 수현과 듀엣으로 부르며, 부모와 자녀 세대 모두에게 공감을 받았다. 여형제와 둘이 온 남은혜 씨(32)는 "엄마가 양희은 씨를 좋아해서 같이 듣다가 나도 목소리와 가사에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콘서트는 오는 27일 대구, 오는 31일 광주 등 전국 10여 개 주요 도시에서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예매는 인터파크티켓과 티켓링크 등에서 가능하다. 양희은은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힘 닿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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