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0월, 국내 개인 간 거래(P2P) 업체 비욘드펀드는 일찌감치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아 대출을 제공하는 상품 '써티컷(30CUT)론'을 개발했지만 당국의 '전면 불허' 입장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써티컷론은 금융사 자금으로 연 20~30%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 중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고, 차주가 대출을 상환하면 금융사에 수수료를 붙여 투자금을 돌려주는 형식의 상품이었다. 그러나 당시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 미비와 유사 대부업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21일 금융당국의 '금융기관 P2P 투자 허용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써티컷론을 내려놓아야 했던 서준섭 비욘드펀드 대표는 "매우 고무적이고 개인 신용 P2P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결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비욘드펀드는 관련 상품 출시 준비에도 곧바로 착수했다.
금융기관이 P2P에 투자하는 것은 쉽게 말해 P2P 대출자금 공급자로 저축은행·카드사·자산운용사 등이 직접 참여하게 된다는 의미다. 기존에 P2P로 제한돼 있던 영역이 법인, 금융사, 더 나아가 연기금·공제회 등도 포함된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P2P 외엔 자산운용사들이 사모사채펀드를 통해 부동산 관련 P2P에만 일부 참여하는 수준으로 투자가 막혀 있었다.
P2P 업계는 금융기관의 참여가 이뤄지면 개인 대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특히 시장의 성장은 곧 P2P 금융이 담당하는 개인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행 P2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 개인 투자자는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에는 1000만원, 그 외 개인 신용 등 대출에는 2000만원까지 한도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법인 투자가의 경우 이런 투자 한도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와 경험이 많은 금융기관이 P2P 금융 투자에 나서면 개인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끼쳐 전반적인 시장 활성화를 촉진할 가능성도 크다. 중금리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도 "금융기관 투자로 시장의 자생적 성장이 가능해지면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리절벽 해소, 중소상공인 자금 공급 등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P2P 업체가 중금리 활성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 수익을 내긴 현실적으로 어렵고 결국 돌파구는 '규모의 경제'에 있다"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기관 투자는 사업모델 지속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보호와 금융당국의 감독도 수월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일부 유사수신 P2P 업체의 사기성 투자자금 유치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며 "금융기관이 참여한다면 P2P 플랫폼 검증이 강화되고 투자 문화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앞서 당국이 금융기관의 '유사 대부업'에 대한 우려로 불허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번 발표처럼 '제한적'으로 채권 투자를 허용할 경우 이런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채권에 한 금융기관의 투자 비중을 10~30% 정도로 제한할 경우 대부업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나머지 70~90%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금융기관이 우산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P2P 금융 업계에는 업계의 제도화와 세율 인하까지 겹쳐 '트리플 호재'에 대한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P2P 업체를 금융위원회 등록 대상으로 지정해 감독·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이미 상당수 발의됐다. 최근 들어 P2P 금융 관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제도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P2P 대출에 적용되던 원천징수세율을 기존 25%에서 2년간 14%로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세율 인하 방침은 P2P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김대윤 핀테크협회장 겸 피플펀드 대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P2P 관련 법안 등이 통과되고 내년 1월부터 세율이 인하되면 신용대출에서 P2P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금융회사 투자가 이뤄질 경우 1~2년 내 전체 신용대출 시장의 1%를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찬종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써티컷론은 금융사 자금으로 연 20~30%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 중금리 대출로 전환해 주고, 차주가 대출을 상환하면 금융사에 수수료를 붙여 투자금을 돌려주는 형식의 상품이었다. 그러나 당시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 미비와 유사 대부업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21일 금융당국의 '금융기관 P2P 투자 허용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써티컷론을 내려놓아야 했던 서준섭 비욘드펀드 대표는 "매우 고무적이고 개인 신용 P2P 성장을 위해 중요한 결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비욘드펀드는 관련 상품 출시 준비에도 곧바로 착수했다.
금융기관이 P2P에 투자하는 것은 쉽게 말해 P2P 대출자금 공급자로 저축은행·카드사·자산운용사 등이 직접 참여하게 된다는 의미다. 기존에 P2P로 제한돼 있던 영역이 법인, 금융사, 더 나아가 연기금·공제회 등도 포함된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P2P 외엔 자산운용사들이 사모사채펀드를 통해 부동산 관련 P2P에만 일부 참여하는 수준으로 투자가 막혀 있었다.
P2P 업계는 금융기관의 참여가 이뤄지면 개인 대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특히 시장의 성장은 곧 P2P 금융이 담당하는 개인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행 P2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 개인 투자자는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에는 1000만원, 그 외 개인 신용 등 대출에는 2000만원까지 한도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법인 투자가의 경우 이런 투자 한도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와 경험이 많은 금융기관이 P2P 금융 투자에 나서면 개인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끼쳐 전반적인 시장 활성화를 촉진할 가능성도 크다. 중금리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도 "금융기관 투자로 시장의 자생적 성장이 가능해지면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리절벽 해소, 중소상공인 자금 공급 등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P2P 업체가 중금리 활성화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 수익을 내긴 현실적으로 어렵고 결국 돌파구는 '규모의 경제'에 있다"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기관 투자는 사업모델 지속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투자자 보호와 금융당국의 감독도 수월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일부 유사수신 P2P 업체의 사기성 투자자금 유치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며 "금융기관이 참여한다면 P2P 플랫폼 검증이 강화되고 투자 문화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앞서 당국이 금융기관의 '유사 대부업'에 대한 우려로 불허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번 발표처럼 '제한적'으로 채권 투자를 허용할 경우 이런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채권에 한 금융기관의 투자 비중을 10~30% 정도로 제한할 경우 대부업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나머지 70~90%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금융기관이 우산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P2P 대출에 적용되던 원천징수세율을 기존 25%에서 2년간 14%로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세율 인하 방침은 P2P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김대윤 핀테크협회장 겸 피플펀드 대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P2P 관련 법안 등이 통과되고 내년 1월부터 세율이 인하되면 신용대출에서 P2P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금융회사 투자가 이뤄질 경우 1~2년 내 전체 신용대출 시장의 1%를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찬종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