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와 덴티움은 국내 임플란트 업계 1·2위 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M/S)은 오스템임플란트가 33%, 덴티움이 16% 수준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선두 자리는 아직까지 굳건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덴티움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1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덴티움이 단기간에 오스템임플란트를 넘어설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덴티움이 보여온 행적을 보고 있자면 아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무섭게 덩치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형님'격인 오스템임플란트의 실적이 정체기에 접어든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임플란트 자기부담금 축소정책과 함께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향후 패권을 놓고 형과 아우 중 누가 승리를 거머쥘지 귀추가 주목된다.
◆ 주식시장에서는 내가 형…오스템임플란트보다 몸집 커진 덴티움
덴티움은 지난해 3월 15일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에 입성했다. 임플란트 라이벌이자 업계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가 코스닥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2위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상장 후 주가는 무섭게 우상향했다. 실적이 고공행진한 영향이 컸다. 상장 첫날 종가는 3만4500원으로 공모가(3만2000원) 대비 7.8% 남짓 오르는 데 그쳤지만 현 주가는 8만3300원이다. 이달 초 주가가 10만원을 돌파했던 점을 고려하면 덴티움의 시가총액은 상장 이후 3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사이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을 걸으며 4만3000원선까지 주저앉았고, 지난해 말에는 덴티움에게 시총 1위의 자리를 내줬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의 시가총액(17일 종가 기준)은 6271억원으로 덴티움(9220억원)보다 2949억원이 작다. 아우가 코스피에 이름을 올린 것도 배아팠을 오스템임플란트에게 시총 1위 자리 헌납은 단순 수치를 넘어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갔을 것으로 풀이된다.
오스템임플란트 대비 높은 성장성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덴티움의 몸집을 빠르게 키웠다는 평가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지난해 매출은 3977억원으로 아직까지 덴티움(1506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덴티움이 26.2%를 기록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19.8%) 대비 우수했다. 이익단의 경우 덴티움은 매해 50% 수준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반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익률이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봐도 덴티움은 2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오스템임플란트는 14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덴티움이 26.4%, 오스템임플란트가 6.4%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기회의 땅'인 중국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여기서도 덴티움과 오스템임플란트의 희비가 명확히 엇갈리고 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중국은 고령화 속도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삶의 질개선 및 고소득층 증가, 치과 치료에 대한 국가 정책 강화로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0%에 달하는 잠재력 높은 임플란트 시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임플란트 시장 점유율은 오스템임플란트가 21%, 덴티움이 13%로 각각 1·3위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 각사의 중국 매출액은 덴티움이 316억원, 오스템임플란트(중국·광동·천진법인 합산)이 353억원이다. 덴티움이 중국 매출 1위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 수준과 근접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조만간 덴티움이 오스템임플란트를 누르고 중국 시장 매출 1위 업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스템임플란트의 중국·광동·천진법인 등이 꾸준히 적자를 내고 있는 동안 덴티움은 올 상반기 중국에서만 3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승승장구 중이다. 임플란트 관련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중국 현지 생산 인허가 준비를 하는 점 등이 덴티움이 중국에서 선전할 수 있던 배경으로 꼽힌다. 덴티움은 올 4분기 중국 현지 제조 허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템임플란트도 마냥 손을 놓고있는 것은 아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중국에서 임플란트 교육기관(AIC)를 직접 운영하며 중국 임플란트 관련 인프라 확충에 비용을 쓰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의사들에게 자사의 기술력을 알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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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흙탕 싸움 불러온 회계처리 문제…깊어진 감정의 골오스템임플란트와 덴티움은 회계처리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펼쳐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각사의 회계처리 방식이 상이해 오스템임플란트 측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덴티움은 이 같은 견제로 약 1년 이상 노심초사해야 했다.
사정은 이렇다. 덴티움이 상장을 추진할 2016년 당시 오스템임플란트는 한국거래소에 투서 한장을 보냈다. 덴티움이 회계처리 위반 등 분식회계를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임플란트 기업이 치과와 계약을 맺을 경우 치과의 수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제품을 공급, 해당 공급 시기에 맞춰 회계상 매출을 잡아야 하는데 덴티움은 제품을 출고하지 않은 채 먼저 받은 계약금(선수금)을 매출로 인식했다는 것. 실제 오스템임플란트는 미출고잔액을 선수금으로만 처리하지만 덴티움은 먼저 매출로 처리한 뒤 반품시 충당금을 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덴티움은 무려 6개월 만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예비 심사 기간이 통상적으로 2개월 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유독 심사기간이 길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덴티움이 거래소 예심을 통과하자 오스템임플란트는 금융감독원에도 투서를 보냈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덴티움에 대해 약 5개월에 걸쳐 감리를 진행, 금감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반품충당금(부채)과 관련해 과실 4단계(경고 수준)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덴티움의 회계처리가 임플란트 업계의 통상적인 방식이고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평가였다. 이로써 덴티움은 약 1년여만에 상장을 확정했다.
일단 덴티움은 오스템임플란트와 회계처리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덴티움 역시 제품 공급계약 시 장부 상 선수금(부채)으로 잡아 놓은 다음 실제 납품이 발생할 때마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매출로 전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자체가 대부분 1년 미만이라 선수금 회수가 빠른 것뿐이라고 부연한다.
실제 치과는 한 번에 대금을 치를 수 없어 은행 등 금융권과 계약을 맺고 임플란트 업체에 매출채권을 발행한다. 임플란트 업체는 금융사로 가서 매출채권만큼 현금을 수령하고 그에 해당하는 물량을 치과로 보낸다. 덴티움은 이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오스템임플란트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덴티움 대비 실적이 부진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말 기준 매출액 대비 선수금 비율은 오스템임플란트가 99.5%인 반면 덴티움은 13.2%에 불과하다. 오스템임플란트도 덴티움처럼 선수금을 받는 시점에 매출로 인식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금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회계처리뿐 아니라 영업방식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직접 판매 비중이 높아 고정비가 많이 들고 마진이 낮아진다. 반면 덴티움의 경우 직판과 딜러를 병행해서 활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반기 말 전체 직원수는 오스템임플란트가 1601명, 덴티움이 405명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판관비(566억원)가 덴티움(207억원)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덴티움은 꾸준히 교과서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성장성과 수익성, 밸류에이션 매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외형 성장 둔화에 대한 리스크는 커보이지 않으며 비용측면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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