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0월 17일 뉴스초점-아동학대로 20명 죽다니
입력 2018-10-17 20:08  | 수정 2018-10-17 20:41
'더 이상 안 때리고 잘 키우겠다.'
이미 수차례 학대를 당했던 아이였지만, 아버지가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했고, 그래서 아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10개월 뒤 아이는 평택의 한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일명 '평택 원영이 사건'. 친부의 말을 믿고 원영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면 적어도 원영이는 주검이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 우리 법으론 그럴 수가 없습니다.

친권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일정 기간 격리 후 아이는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0%가 부모라고 하는데도 말이지요. 그러니 법을 개정하고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아동학대는 끊이질 않는 겁니다.

올 들어 8월까지 잠정 집계된 통계만 봐도 학대받은 아이는 만 4천 명이 넘었고, 그 중 무려 20명이나 숨졌습니다. 또한 재학대 사례 역시 늘어 2013년 980건에서 지난해엔 2천 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아동 학대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릅니다. 학대 아동을 돌보는 일이, 가정과 부모만의 일이 아니라 정부, 사회의 일로 간주하거든요. 미국은 공공기관인 아동 보호국이, 영국은 지자체의 사회 아동 돌봄 부서에서 원가정 복귀가 아니라, 아이가 안전한 가정에서 위탁 양육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동학대 재범이 걸릴 경우, 부모가 친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또 아이를 그냥 부모에게 보낼 수밖에 없지만, 선진국은 아닙니다. 미국이나 영국은 처음부터 아이를 폭행한 부모로부터 격리하기에 애초부터 재범 우려가 적고, 만약 그렇더라도 부모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물론 가족이 과거의 상처를 딛고 다시 행복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만큼 좋은 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저절로 되는 건 아니지요. 이제 우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모 대신 사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생각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는 우리의 미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우리 어른들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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