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100억원 유상증자 단행한 SK증권, 주주가치는 글쎄?
입력 2018-10-16 15:05  | 수정 2018-10-16 17:30

1100억 원대 유상증자를 결정한 SK증권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공격적인 사업망 확대를 위한 자본금 마련을 위해 유증을 단행했으나, 몸집대비 무리한 증자규모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증권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직후 이틀 연속 신저가를 기록 중이다. 이날 SK증권은 전일보다 0.38% 내린 785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784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하루 만에 또다시 갈아치웠다. 전일에는 12.15% 떨어진 788원에 장을 마친 것을 감안하면 이틀 새 시가총액 350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SK증권은 지난 12일 장 마감 이후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증과 800억원 규모 실권주 일반공모 유증 등 총 1100억원 신주를 상장한다고 공시했다.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오는 22일에는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J&W파트너스)를 상대로 신주 3636만3000주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하고, 12월 11일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8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689원이다.
SK증권은 "이번 11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순자본비율(NCR)을 높이고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통한 운용자금을 확보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유상증자 단행 목적을 설명했다.
SK증권의 순자본비율은 올 반기 기준 225.7%수준이다. 금융위원회의 기준인 100%보다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업계 평균(562.7%)과 비교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자기자본순이익률 역시 1.15%로 업계평균 7.92% 대비 낮다.
이번 유증이 완료되면 SK증권의 자기자본은 5000억원대로 뛰게 된다. 순자본 비율도 281.6%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 희석화에 따른 주가 하락이 예상돼도 SK증권이 이번 대규모 유증을 시행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SK증권은 지난 7월 SK그룹을 떠나 사모펀드인 J&W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그동안 수혜를 입었던 그룹의 지원이 끊기면서 실적 타격은 물론 기업 신용평가도 연일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주인이 되면서 시장에서 SK증권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을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최대 주주에게 실적 개선의 가능성도 입증해야 하는데다 시장의 평가도 높여야 하는 이중 과제가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진행한 이번 유증에 대해 시장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발행신주는 1억1611만주로 현재 발행주식(약 3억2012만주)의 3분의 1이 넘는다. 규모 또한 현재 시총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수준이지만 신주 발행가는 턱없이 낮아 기존 주주들의 이익 실현은 외면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대주주인 J&W파트너스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최대주주인 J&W파트너스의 현재 지분율은 9.88%에 불과해 향후 적대적 M&A 및 외부의 경영권 취득 시도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제3자배정 유증을 통해 신주를 전부 사들이면 지분율은 16.79%로 높아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평가사들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SK증권 순자본비율이 늘면서 확보한 운영자금으로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하겠지만 다른 증권사보다 여전히 자본규모가 작고, 주주 변경 이후 기업 영업력도 약해져 (이번 유증이) 기업 가치와 사업안정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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