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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20주년` 박기영, 포장 없는 날 것의 냄새가 좋다
입력 2018-10-15 17:3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박기영이 8년 만에 새 정규 앨범으로 컴백했다. 본격적으로 '진짜 박기영'의 음악을 해내겠다는 당찬 다짐과 함께.
15일 오후 4시 서울 행당동 엔터식스 한양대점 메두사홀에서 박기영 정규 8집 '리:플레이'(Re:Play)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박기영의 정규 앨범 발표는 8년 만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모처럼 내놓는 정규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8년 만의 정규 앨범 발표에 대해 박기영은 "2010년 7집 앨범 작업을 했었다. 그 때 이미 디지털 음악 시장으로 완전히 넘어간 시점이라 이 앨범을 내고 나서 다시 정규 앨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박기영은 "이후 나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큰 공백이 생기고 사실상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중지됐었다. 그 때 당시로는 다시는 음반 활동이나 무대 활동을 하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굳게 들었다. 음악 하는 것처럼 육아에 집중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크고 나만의 시간이 생기면서 내 안에 움틀거리고 있던 본질의 내 모습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기영은 "무대 활동은 했지만 앨범 활동은 안 했기 때문에 박기영이라는 이름으로 앨범 내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그러다 사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용기를 내게 됐고, 음반 시장의 동향도 보게 됐다. 이제는 들어주길 바라면서 음반 내는 게 아니라, 어차피 다 듣지 못할테니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게 하나씩 해놓은 결과물이 쌓이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새롭게 시도하는 일렉트로니카 장르 뿐 아니라 포크, 록, 블루스, 소울 등 데뷔 20년간 음악 외길을 걸어 온 박기영의 다양하고 깊어진 음악을 한눈에 만날 수 있다. '걸음걸음'과 커버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박기영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 했다.
박기영은 "그동안에도 해왔지만 블루스를 전면에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해다. 그는 "하지만 대중성에 대해 아예 무시하거나 간과하진 않는다. 내가 가장 즐겨 듣는 음악들은 전 세계 트렌드를 주름잡는 음악들이다"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된 데 대해서도 긴 설명을 이어갔다. 박기영은 "음악을 간직하고 소장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나 역시 사계 프로젝트로 계속 내고 있고, 음원을 소비하는 시대로 넘어왔는데 어떻게 듣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다 보면 답이 안 나온다. 어차피 다 듣지 않을텐데 들어달라고 애원할 것이냐 아니면 오히려 내 주체적인 것들을 담아서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것인가 중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영은 "8장의 정규 앨범을 냈지만 소속사의 관여 없이 주체적으로 낸 앨범은 5집과 8집 두 장 뿐이다. 당시에는 잘 된 앨범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정규 시리즈 중 음악적으로 가장 사랑받은 앨범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기영 하면 발라더이기 때문에 '마지막 사랑', '블루스카이', '산책' 같은 과거 곡들을 다시 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지금은 그 때의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며 "앞으로는 주체적인 음악을 하되, 크로스오버 장르 고민도 할 것"이라 덧붙였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아이 개이브 유'(I gave you)를 포함해 선공개곡 '하이히츠'(High Hits) 등 7곡의 신곡과 '사계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싱글 중 '거짓말', '걸음 걸음', 스모키(Smokie) 윈곡의 'If You Think You Know How To Love Me' 커버 까지 총 10곡이 담겼다.
타이틀곡 '아이 개이브 유'는 데뷔 후 처음 시도하는 일렉트로니카 장르와 블루스를 결합한 곡으로 차디찬 건반과 나른한 블루스에 실리는 노랫말로 끝 간 데 없는 절망을 표현했다. 박기영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 모든 걸 체념한 채 절규하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블루스 장르를 택한 데 대해 "대중음악의 완벽한 기초는 흑인음악이지 않나. 한의 정서다. 곡을 들어보면 밤부터 아침까지의 이야기를 서술한 내용이다. 지치고 힘든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굉장히 사실적, 직설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 게 블루스 정서에 적합한 게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있는 현상 자체를 구토하듯 드러낸 가사와 장르에 가장 신경썼던 것이 편곡이다. 편곡 면에서는 일렉트로닉을 접목시켰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가진 욕망의 화신들에 대한 비판적 곤조 등 전반적으로 현상에 대한 아름다운 포장보다, 있는 그대로를 목도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두드러진 데 대해 박기영은 "아름답게 옷을 입혀주고 싶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팩트는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목표의식은 정확하고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기영은 "이제쯤이면 눈치 안 보고 이런 것들 얘기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솔직히 있었다. 누구에게 잘 보이는 게 이제 나에게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맞춰주기 위해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나도 똑같이 느껴요- 라는 게 오히려 더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앨범 작업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지만 "즐거웠고 행복했다"고.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회도 담담했다.
그는 "20년이라는 시간은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의 시간이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다. 목도 못 가누고 눈도 못 뜨던 아이가 태어나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고 안전하고 평화롭고 좋을 수만은 없다.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의 20년은 정말 그 20년이라는 삶에 올곶이 집중하고, 과정을 피하거나 대충 넘어가려 하지 않고 하나하나 열심히 밟으며 지내온 시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기영은 "앞으로의 20년은, 이제 정말 방법을 알았으니까, 어떻게 해야 더 유연하게 내 음악으로 옮길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의 20년은 정말 음악에만 집중하는 20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음악이 내 삶을 대변하는 도구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음악 속에 온전히 나를 묻어서, 박기영의 음악이 전부가 되지 않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기영은 오는 26, 27일 양일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정규 8집 발표와 20주년을 기념하는 단독 콘서트 '리:플레이(Re:play)'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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