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전자 가위 넣는 첫 임상
입력 2018-10-15 13:42  | 수정 2018-10-15 15:16

유전자 가위를 사람 몸에 넣어 희귀병을 치료하려는 임상시험 첫 결과가 발표됐다. 우려했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드라마틱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추가 임상 결과를 내년 초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상가모 테라퓨틱스는 지난달 5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선천성 대사질환 연구협회 연례회의'에 참석해 4개월 동안 헌터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가위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헌터증후군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생화학지표의 수준이 일부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치료가 '완벽히'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가모 테랴푸틱스의 주가는 임상결과 발표 이후 하루만에 23%나 급락했다.
유전질환인 헌터증후군은 체내에 'IDS'이라는 효소가 부족해 글로코사미노글리칸(GAG)이 비정상적으로 세포 내에 축적되는 질환이다. IDS는 GAG라는 '당'을 분해하는데, GAG가 체내에 쌓이면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일부 환자들은 헌터증후군 증상 완화를 위해 주사를 이용, 건강한 IDS 효소를 체내에 넣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한 IDS가 빨리 고갈되기 때문에 매주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상가모 테라퓨틱스는 손상된 IDS를 영구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1세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징크핑거'를 치료에 적용했다. 바이러스를 이용해 징크핑거 효소와 건강한 IDS 유전자가 담긴 DNA를 간세포에 넣어줬다. IDS는 일반적으로 간세포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의 삽입이 또다른 유전자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상가모 테라퓨틱스는 헌터증후군 환자 4명에게 유전자 가위를 주입한 뒤 16주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고용량을 투여한 두 명의 환자 소변에서 IDS가 분해하는 당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용량을 투여한 다른 두 명의 환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또한 유전자 가위가 예상 외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환자의 혈액에서 IDS의 양이 증가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혈중 IDS 값이 높아져야 유전자 가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었던 만큼 임상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상가모 테라퓨틱스의 주가는 임상 발표 몇시간 뒤 23%나 떨어졌다. 유전자 가위를 체내에 직접 넣는 임상이 처음이었던 만큼 기대감이 컸던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가모 테라퓨틱스는 "IDS가 부족한 세포조직이 혈액 속의 IDS를 빠르게 흡수했을 수 있다"며 "적은 양의 IDS가 분비되도 GAG를 충분히 분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샌디 맥레 상가모 테라퓨틱스 대표는 "혈중 낮은 농도의 IDS를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고용량의 추가 실험이 끝나면 결과가 명확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가모 테라퓨틱스는 고용량의 유전자 가위를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결과는 내년 2월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지만 이번 임상에 대해 마리아너 로츠 네덜란드 그로닝언대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상가모 테라퓨틱스의 임상시험은 유전자 교정 분야에서 중요한 진보를 보여준다"며 "연구결과는 광범위한 질병 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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