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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열전] ①경쟁자가 된 동지…넷마블 vs 엔씨소프트
입력 2018-10-15 10:04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며 이번 협약도 그런 측면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국내 온라인 게임 1위와 모바일 게임 1위가 제휴한 것."(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지난 2015년 2월 17일 게임업계의 거물인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의장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면서 손을 맞잡았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PC온라인게임에서, 넷마블은 모바일게임에서 국내 최고의 자리에 서있었다.
이후 3년 반이 흘렀다. 그 기간 넷마블의 상장,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진출 등 많은 일이 있었다. 한동안 대형 신작 기근에 시달렸던 두 회사는 경쟁자로 돌아서 게임 대장주 자리를 놓고 정면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 게임업종 대장주 두고 엎치락 뒤치락
현재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10조3160억원으로 엔씨소프트(9조1705억원)을 근소하게 앞서면서 게임업종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5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면 업종 1위로 장기 집권했던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새 대장주로 올라섰다. 넷마블 상장 첫날 시총은 13조7260억원으로 엔씨소프트 7조6970억원으로 거의 두 배 정도 차이가 났다.

넷마블의 엔씨소프트 시총 추월은 게임 플랫폼의 중심이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사건이었다. 넷마블은 '애니팡 신드롬'이 일던 2012년 대형 게임사 중 처음으로 모바일 체제로 전환했고 이후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레이븐' 등 흥행작을 쏟아내면서 모바일 게임 원톱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반면 전통의 강호 엔씨소프트는 당시 거의 모든 매출이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PC온라인게임에서 나오고 있었다.
넷마블의 성장에는 2015년 엔씨소프트와의 전략적 제휴가 큰 발판이 됐다. 이 일의 발단은 지난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넥슨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14.7%, 총 8056억원 어치를 인수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게임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분 인수 당시 양사가 공언했던 시너지 효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5년 1월 넥슨에서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면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그해 2월초 넥슨은 넥슨측 이사선임, 비영업용 부동산 처분,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엔씨소프트에 발송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때 엔씨소프트의 구원투수로 나선 게 넷마블이었다. 넥슨의 주주제안이 있은 지 보름여 만에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과의 전략적 제휴와 주식 교환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주식 9.8%를 3800억원에 사들였고 넷마블도 3900억원을 투자해 엔씨소프트 지분 8.9%를 인수해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가 됐다. 지분 9.98%를 가지고 있던 김택진 대표는 8.9%의 넷마블 지분을 포함해 총 18.8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그해 10월 넥슨은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넷마블은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IP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16년 12월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했고 이 게임이 출시 1개월 만에 매출 2000억원을 기록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대흥행으로 넷마블은 다음해인 2017년 5월 12일 코스피 시장에 시총 21위로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됐다.
한동안 대작이 드물었던 넷마블은 오는 12월 초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PC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내놓는다. 엔씨소프트도 내년에 '블레이드앤소울2'를 출시하며 양사간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사진은 넷마블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이미지.
◆ 하나의 IP, 2개의 게임…'블소' 대전 임박
2012년 모바일 체제 전환 이후부터 2017년 상장까지 눈부신 성장을 보였던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 이후 특별히 내세울 만한 히트작을 내지 못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중국 진출도 계속해서 미뤄지면서 연초 18만원선이던 주가가 현재 11만원선까지 하락했다.
넷마블이 주춤하는 사이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대표 IP인 '리니지'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지난해 6월에 출시했다. 이 게임은 현재까지도 국내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17만원선이던 주가는 현재 43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달에는 잠시나마 엔씨소프트의 시총이 넷마블을 추월하면서 게임 대장주 자리가 뒤바뀌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리니지M 출시를 계기로 두 회사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됐다. 사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지난 2월 '검은사막 모바일' 출시 이후 눈여겨볼 만한 대작들의 출시가 드물었다. 대작 가뭄 속에 두 회사 모두 그동안 공들였던 신작을 시장에 내놓을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넷마블이 선공에 나선다. 넷마블은 오는 12월 6일 올해 최대 기대작인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출시한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러시는 내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 '블레이드앤소울2', '아이온 템페스트'의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양사가 '블레이드앤소울'과 '리니지2'라는 공통의 IP를 갖고 어떻게 차별화된 게임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주가 면에서는 신작 출시 시기가 보다 임박한 넷마블이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발표 이후 넷마블 주가가 추가 조정을 거친 것은 기대신작인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의 론칭일정 연기와 불확실성 때문이었다"라며 "최근 사측에서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국내시장 론칭을 연내에 단행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론칭일정에 대한 애매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신작모멘텀이 갑자기 현실화됐다. 지금은 재차 신작모멘텀을 겨냥해볼 만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다 안정적인 게임 개발력과 운영 능력을 보유한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주는 시각도 있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 중 '리니지2M', '아이온템페스트', '블레이드&소울2' 중 1종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인데 '검은사막 모바일', '뮤오리진2' 등의 라이프 사이클 성숙도를 고려하면 엔씨소프트의 신작은 흥행 가능성이 높다"면서 "넷마블은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사전예약 개시 등 이벤트 발생 시 주가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뮤오리진2' 등이 이미 MMORPG 유저 풀을 상당 부분 가져간 상황에서 공략할 수 있는 실제 유저 풀이 과거 대비 좁아져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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