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년 3.5회 수정…`누더기 주택청약제`
입력 2018-10-14 17:48  | 수정 2018-10-14 20:22
◆ 누더기 주택청약제도 ◆
5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얼마 전 서울 아파트 청약을 위해 자신의 가점을 계산하다가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20대에 잠깐 가지고 있다가 판 집, 아버지 사망 후 지분 일부를 상속받은 일 등 때문에 무주택 기간을 계산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국토교통부 담당과에 물어봤지만 국토부 게시판의 '청약 Q&A'를 찾아보라는 답변만 들었다. 해당 파일을 열어 본 김씨는 기겁했다. A4 용지로 무려 100쪽에 달했기 때문이다. 해당 파일이 올라온 국토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매일 제 전화로 상담전화가 100~200통씩 걸려오므로 전화 연결이 곤란하다"는 하소연이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2일 또다시 청약제도를 개편하자 예비 청약자들의 혼란과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복잡한 청약 자격과 가점 계산이 더 복잡한 '난수표'로 변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갑작스럽고 너무나 잦은 제도 변경에 집을 넓히기 위해 기다렸던 1주택 실수요자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14일 매일경제가 청약제도의 기본법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도 개정을 살펴본 결과 1978년 법 제정 이후 모두 138차례에 걸쳐 일부 또는 전면 개정이 이뤄졌다. 1년에 평균 3.45회 규정이 바뀐 셈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작년 이후부터 규정 변경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에만 관련 규정이 7번 바뀌었고, 올해도 4번이나 수정됐다. 이 와중에 9·13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청약조정지역 등에서 추첨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할 방침이라 개정안이 또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문제는 담당 부처인 국토부 관계자들조차 사석에서 "헷갈린다"고 토로할 정도로 청약제도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새 아파트 분양 때 건설사가 내는 입주자 모집공고문은 신문 광고로만 3~4쪽에 달할 정도로 복잡해졌다. 청약 1순위 자격에서부터 각종 제약사항 등을 일일이 열거하다 보니 '보험약관'에 맞먹을 정도다.
특히 2007년 도입된 청약가점제도는 적용 대상 아파트나 통장, 가점 기준이 복잡하고 모호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
청약 사이트인 '아파트투유'에서 청약 신청을 하다가 청약자격이나 가점 항목을 잘못 입력해 당첨이 취소되는 일이 적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부적격 건수는 2만1804건에 이른다. 지난해 1순위 청약 당첨자(23만1404명)의 9.4%에 달하는 수치다. 일부 아파트는 모집 가구 수의 20% 이상이 부적격 처리되는 일도 발생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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