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키워드 K팝] `투어돌` 몬스타엑스 키운 스타쉽, 날아오를까
입력 2018-10-12 17:18  | 수정 2018-10-12 21:30
◆ 키워드 K팝 / ⑥ 스타쉽엔터테인먼트 ◆
"자, 방금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을 소개합니다."
1960~1970년대 가요계에선 동남아 투어가 가수의 자랑거리였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한반도의 아이돌은 전 세계 순회 공연을 한다. 특히 일부 그룹은 글로벌 음악 산업 중심인 북미를 뚫어 주목받고 있다. 일회성 히트가 아닌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떴다 하면 매진에 암표가 기본이다. 데뷔 4년 차인 '몬스타엑스'(MONSTA X)도 이들 중 하나다. 지난 5~8월 월드 투어 '더 커넥트(The Connect)'로 전 세계 18개 도시에서 21회 공연을 진행했다. 순회 공연엔 미국 7개 도시 투어도 포함돼 있었는데 전 회차가 매진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 연 매출(영업수익)은 몬스타엑스가 데뷔한 2015년 233억원에서 지난해 314억원까지 약 35% 성장했다. 매출 증가보다 더 고무적인 건 업계 내 입지 상승이다. 강호 SM과 YG에서도 아직 미국 시장에 안착한 그룹은 없다는 점을 볼 때 이 회사의 선전은 주목할 만 하다. 13인조 '우주소녀'는 2016년 데뷔해 오랜 시간 독특한 세계관을 쌓아가며 주요 걸그룹 중 하나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2세대 대표 걸그룹 씨스타 해체 이후 난항에 빠질 줄 알았던 스타쉽은 어떻게 이전보다 성공적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게 됐을까. 매일경제는 스타쉽의 전략과 과제를 '투어돌(투어+아이돌)'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봤다.
◆ 세계 각지에서 고른 인기
스타쉽 기존 주포(主砲)였던 씨스타와 몬스타엑스 사이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바로 국내 인지도다. 씨스타는 명실상부 국내 최정상 걸그룹이었지만 몬스타엑스는 아이돌 소비층을 제외하곤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나 기획사 매출엔 '투어돌' 몬스타엑스가 더 도움이 된다. 이번 월드 투어 총 관객 수를 매일경제가 추정해봤더니 몬스타엑스는 전 세계에서 4개월 동안 관객 10만2000여 명을 모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소속사에서 숫자를 밝힌 서울 앙코르 콘서트(1만명)와 유럽 투어(1만5000명)는 그대로 합산하고, 이외의 콘서트에서는 공연장 측이 공개한 수용 가능 인원을 전부 채웠다고 가정했다. 미국 시카고 로즈몬트(4400명), 뉴워크 뉴저지 퍼포밍 아트센터(3352명) 등이다. 이외 대만 타이베이 난강 이그지비션, 칠레 산티아고 폴레데포르 티보 에스타디오 두 개 공연장에선 각각 약 5000명을 채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 티켓가 11만원을 전 세계 모객 추정 인원 10만2493명에 곱하면 112억7423만원이 나온다. 이는 스타쉽의 지난해 연간 매출(영업수익)의 3분의 1을 넘는 수입이다. 1만5000원짜리 앨범을 75만장 팔아야 얻을 수 있다. 오랜 시간 꾸준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관을 축적해온 우주소녀의 전략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해외 10·20대는 '마블' '해리포터' 등 방대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에 매료된다.

◆ 장르에 천착해 차별화
몬스타엑스는 힙합에 강점을 보이는 팀으로 꼽힌다. 이는 북미에서 이 팀이 성공한 주요 원인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기존에 K팝 팬덤 성향을 볼 때 힙합과 R&B를 앞세운 아이돌이 특히 북미 시장에서 잘 통하는 느낌"이라면서 "몬스타엑스는 랩과 노래가 모두 정상급이며 노래도 완성도가 높다"고 했다.
몬스타엑스는 래퍼 주헌, 아이엠을 비롯해 모든 멤버가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들은 2014년 스타쉽 차세대 힙합 보이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노 머시(No.Mercy)'로 탄생했다. 힙합 기반의 보이그룹이 K팝 대세가 될 것이라는 김시대 대표의 혜안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기획이었다.
우주소녀는 이름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데 주력한다. 주로 선보이는 신스팝은 신디사이저의 사용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제격이다. 여러 이미지를 시도해보는 대신 2016년 데뷔 이후 장르적 일관성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음악 방송에서 첫 1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신디사이저와 현악기를 특화한 아이돌 그룹은 우주소녀가 유일한 것 같다"며 "웅장하고 동화적인 느낌을 준다"고 했다. 특정 이미지와 장르에 집중한 두 팀의 전략이 아이돌 일색인 한국 가요계에서 차별화에 한몫한 것이다.
◆ 늘어나는 비용 부담에 A&R 흔들릴까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이 꾸준히 떨어져왔다. 같은 기간 매출은 계속 늘었지만 그다지 실속 있는 장사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 가량 떨어졌으며, 영업이익률은 3.5%에 그쳤다.
몬스타엑스와 우주소녀가 한창 성장기에 있다는 점이 비용 부담의 주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티스트에 분배하는 몫인 '연예인인세'를 전년 대비 약 8억원 줄이고서도 총 영업비용이 53억원 늘었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16년에는 없던 여러 지출을 하게 됐다. MD제작비(9억8219만원), 팬마케팅비(101만원) 등이다. 이외에 지출이 늘어난 계정으로는 차량유지비, 운반비 등이 있다. 이 중 차량유지비는 7억8510만원으로 전년 2억6004만원 대비 3배 늘었다. 이런 비용 상승은 코스닥 상장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스타쉽에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아닐 수 없다.
음악 전문가들은 스타쉽이 아이돌에 단기 성과를 요구하기보단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악곡 발굴과 계약 담당) 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동윤 평론가는 "우주소녀 같은 경우 이번 앨범에서 판타지스러운 느낌이 많이 줄어들어 팀 특색이 옅어졌다"며 "매번 상승세를 그려온 게 아니라 변화에 대한 압박이 작용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선업 평론가는 "최근 아이돌 시장에는 단기 승부를 보는 경향이 강해져 조금이라도 장사가 안 되면 장르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짧게 봤을 때 성과가 안 나고 지지부진해 보여도 긴 호흡으로 색깔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몬스타엑스는 멜로디보다 비트와 그루브 중심의 노래를 부르며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면서도 "A&R가 아직 일관된 느낌은 아니다. 미국에서 팬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까지 어필하기 위해선 지금보다도 선명한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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