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신용 기계(Truth Machine)'입니다. 앞으로 신뢰를 필요로 했던 세상의 거래들과 관계를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봅니다."
폭스콘 그룹의 블록체인 부문 투자를 전담하고 있는 잭 리 HCM캐피털 대표는 12일 진행된 제19회 세계지식포럼 강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강연에 대한 질문을 포함한 진행은 매경미디어그룹이 설립한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디스트리트의 정병훈 대표가 맡았다.
잭 리 대표는 블록체인이 정보에 신뢰를 부여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삶을 극적으로 바꿔놓은 인터넷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확산시켰다면 블록체인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 조차 가치를 보장해주는 기관이 따로 필요한데, 이는 기존 인터넷 시대의 정보가 '가치'와는 무관했기 때문"이라며 "블록체인은 이러한 보증 기관 없이도 개인 사용자간 가치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기록 조작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이 정보 자체에 신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잭 리 대표는 인터넷 시대를 지나며 성장한 거대 기업들의 신기술 독점 우려도 블록체인 기술이 해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터넷 시대를 통해 구글처럼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중간자'들이 거대 기업으로 발전했으나 결국 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앞으로 AI(인공지능) 등 신 기술의 발전도 빅데이터를 소유한 거대기업이 주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데이터에 신뢰성과 가치를 부여하고 누구나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른 시장 참여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잭 리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기술 발전을 블록체인이 이끌 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기술은 B가 ASIC을 이끄는 'BASIC'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BASIC이란 블록체인(Block chain), 인공지능(AI), 보안(Security),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등 5개 신기술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약어다. 말 그대로 블록체인이 다른 기술 발전을 이끄는 형태가 4차산업 혁명의 '기본'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잭 리 대표는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사이의 모든 관계까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민주화'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정부의 민주화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했듯이 공동의 분산원장이 만들어낼 사람들 사이의 신뢰는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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