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예인 사이서도 핫하다는 `동묘 구제 시장` 가보니…
입력 2018-10-11 18:18 
지난 10일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사거리에 위치한 동묘 구제시장 입구. [사진 = 문성주 인턴기자]

지난 10일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사거리는 여느 도심 명소 못지않게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길거리에 쌓여있는 옷무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길거리에서 허리를 굽히고 옷가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예전에 노인들이 주로 활동하던 장소였던 만큼 방문객 대부분 노년층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젊은이들과 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주인공 코트가격을 흥정하고 있던 대학생 A씨(21)는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옷 사는 걸 보고 구경하러 왔다"며 "오기 전에는 친구들과 '우리만 20대 아닐까?'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막상 와보니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동묘 구제시장은 길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이 무덤처럼 쌓였다는 의미의 '옷무덤'으로 유명하다. 사람들이 옷무덤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옷을 찾기위해 뒤적이고 있다. [사진 = 문성주 인턴기자]
과거 노인들의 주무대였던 동묘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빈티지 메카로 변신하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동묘 구제숍 방문', '동묘에서 예쁜 옷 건지기' 등 후기가 넘쳐난다.
동묘가 이처럼 젊은 층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가수 지드래곤과 개그맨 정형돈이 방문하면서다. 당시 '빈티지한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방문객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노인들이 길거리에 앉아 골동품 등을 팔던 동묘는 젊은이들이 방문하기에는 너무 불편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곧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이후엔 싼 가격에 옷을 사려는 사람들이나 일부 마니아층만이 찾는 정도였다.
이날 찾은 동묘 시장 입구쪽에는 노인들이 여전히 갖가지 잡동사니를 팔고 있었지만, 옷무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예전보다 젊은층들이 늘어났다.
길을 따라 들어가자 허름한 건물에 골동품을 팔던 가게 옆에는 마치 홍대 편집숍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구제숍들이 많이 생겼다. 수백만원짜리 명품옷들도 이곳에선 운만좋으면 단 돈 몇 만원에 살 수 있어 2030은 물론 10대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B씨(26)는 "널브러진 옷가지들 사이에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찾는갓보다 숍에서 깔끔하게 정리된 옷들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가게 사이 사이에 있는 골목들은 카메라 필터 없이도 빈티지한 분위기를 자아내 2030세대에게 '인증샷' 장소로도 유명하다. 길거리에 널린 오락기기, 삐삐, 스킬 자수, 비디오테이프, 요요, 문방구 불량식품 등은 1990년대 추억을 자극한다.
입맛도 2030세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노인들이 주로 생활하던 곳이어서 찌개, 막걸리 등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지짐, 호떡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한입 막걸리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또 맥도날드와 육쌈냉면 등 각종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들어서 젊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어느 가게의 상호처럼 옷 말고도 많은 물건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른바 '덕후'들에겐 동묘가 일부러 방문해야 하는 장소가 됐다. 쉽게 찾을 수 없는 모형총·군복 등은 '밀덕(밀리터리 덕후)'들을, 건담 프라모델·피규어 등은 '프덕(프라모델 덕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구하기 힘든 희귀 모델이 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형총, 군복, 건담 프라모델, 피규어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많이 생겼다. [사진 = 문성주 인턴기자]
다만 동묘 구제시장이 '한 번 정도 방문할 만한 곳'이 아니라 계속해서 핫플로 남기 위해서는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 C씨(25)는 "방송을 타면서부터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복잡하다"며 "아무리 시장이라지만 질서가 너무 없어 다시 이곳을 찾을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좁은 골목 바닥에 갖가지 판매 물건들이 놓여있고 차까지 다녀 통행이 불편했다.
또 옛날 같지 않은 가격도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C씨는 "단돈 몇만 원으로도 옷을 여러 개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인데 막상 와보니 괜찮은 옷 한 벌 사기도 힘들다"며 "길거리에 쌓인 옷무덤 말고 구제숍 내에 걸린 괜찮은 옷들은 브랜드 옷값과 비슷해 구매가 망설여진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문성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