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8일새 2.3조 팔아치워…"반등 장담못해"
입력 2018-10-11 17:56  | 수정 2018-10-11 19:49
◆ 한국증시 쇼크 ◆
대내외 불확실성에 갇힌 코스피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200선 아래로 떨어졌다. 7년 만에 코스피가 4% 이상 급락하면서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예상과 달리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 국채 금리 급등, 원화값 하락,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 하향, 미·북 정상회담 지연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지금보다 더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연말까지 상승 반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음달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소폭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3.2%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증시도 패닉에 빠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풀렸던 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란 분석과 더불어 채권금리 급등에 따라 기업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실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왔기 때문이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미국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자금을 대거 풀었는데 현재는 이 자금이 미국으로 다시 회수되는 과정에 있다"며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해당 국가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금리가 덩달아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내년 반도체 업황 부진과 함께 상장사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면서 (기업들의) 투자 매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미 기준금리와 장기물 금리 차가 1%포인트(100bp) 수준에서 유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미 장기물 금리가 4%대로 진입할 수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인데 전기전자와 같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8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이 16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들어 순이익이 10조원 이상인 반도체를 제외하면 사실상 코스피 실적은 작년보다 줄어드는 셈"이라며 "내년에는 반도체조차 실적 개선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3734억원, 1조6528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순매도로 전환했고 최근 8거래일 사이에 2조28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종목도 속출했다.
지난 10일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585개 종목이 신저가를 기록했고 11일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대한항공, 농심 등 871개 종목이 신저가를 경신했다.
그동안 지수 하락을 방어해 온 남북경제협력주가 무너진 점도 코스피 급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북정상회담을 중간선거 이후로 미루자고 발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건설, 남광토건, GS건설 등 남북경협주가 이틀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종근당, 녹십자 등 제약·바이오주도 급락장에서 맥을 못 췄다.
전문가들은 4분기 주식시장 하방 지지선으로 2100선을 꼽았지만 이조차도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한 주가순자산비율(PBR) 이 1.0배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에 충분히 저렴한 구간에 접어들었다"며 "2100선 초반을 하단으로 볼 수 있지만 무역분쟁 우려 완화, 환율 안정화, 기업실적 개선 등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반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중 센터장은 "미국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상황에 따라 2100선도 단기적으로 뚫릴 수 있다"며 "1140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달러화 대비 원화값이 더 떨어지면 주가도 2100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둡지만 다음달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PBR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만큼 저평가되고 있지만 당분간 주가는 현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중 무역협상 재개와 더불어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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