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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證, 900억 증자 추진…홀로서기 `신호탄`
입력 2018-10-11 17:25  | 수정 2018-10-11 20:15
◆ 레이더M ◆
SK그룹을 떠나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은 SK증권이 증자를 통해 독립경영의 신호탄을 쏜다. SK증권은 약 9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대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유상증자에 성공할 경우 자본력 확대와 함께 떨어졌던 신용등급이 회복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약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 등 주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금융제공확약서(LOC)를 받는 등 자금 유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SK증권의 경우 지난 7월 대주주 변경 이후 자본적정성 변동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 하락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SK증권이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SK증권은 향후 내부 이사회 승인 단계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증자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당시 SK증권의 대주주였던 SK는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J&W파트너스)와 지분(9.88%)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7월 말께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매각가는 515억원 수준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증권이 26년 만에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되면서 독자 생존의 일환으로 자기자본 확충을 반드시 해야 했다"며 "이미 시장 플레이어들이 예상했던 이슈지만, 매각가의 2배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SK증권이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우선 낮아진 신용등급 때문이다. SK증권의 신용평가사들은 SK증권의 대주주 변경 이후 SK그룹 계열 지원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근거로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지난 7월 말 한국신용평가는 SK증권의 대주주 변경을 반영해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한 단계씩 등급을 내린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SK증권이 연내에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체 신용도에도 문제가 생겨 신용도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수석연구원도 "현재 대주주인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가 사모펀드 운용사이고, 지분 인수 목적이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 실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유사시 계열사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최종 신용등급에 상향 조정 요소로 반영해오던 계열지원 가능성 요인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SK증권은 매각 이슈로 인한 혼란과 신용등급 하락 등의 여파로 실적 정체를 겪고 있다. 올 상반기 증권사들이 연이어 호황을 누렸던 것과 달리 SK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순이익이 감소했다. 올 상반기 SK증권의 순이익은 10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14억원)의 반 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작년 말 코스피·코스닥 급등으로 이익이 크게 상승했던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이 넉넉해지고, 신용등급이 향상되면 SK증권은 재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다. 특히 자기자본금은 4300억원대에서 5200억원대로 상승하면서 자본력이 필수적인 IB영업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겉으로 보면 기업이 회사채 발행 시 비용(이자율)을 산정하는 주요 판단 기준 정도일 뿐이지만 IB영업에서는 사업에 초대장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낮아질 경우 공제회나 주요 기관투자가가 파트너로서 끼워주지 않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영업이 불가하다"며 "증자 성공에 따라 신용등급이 향상되면 보다 많은 투자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IB를 중심으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은 기존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의 강점을 유지하되 신재생에너지PF 등 신성장 사업군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올해 중기특화 증권사에 합류한 만큼 관련 전담 팀(부)도 신설할 계획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이제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영업의 한계를 IB로 뚫을 수밖에 없다"며 "SK증권 역시 IB 역량 강화를 위한 차별화 전략을 이행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IB 관계자는 "SK증권은 그룹사의 투자를 받지 못하면서 다른 대형증권사가 클 때 기회를 놓친 점이 최근 부진의 요인으로 보인다"며 "증권업계에 신망이 높은 김신 사장이 SK를 떠나 어떤 새로운 전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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