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모펀드끼리 회사 사고파는 `세컨더리` 투자 눈길
입력 2018-10-11 17:25 
◆ 레이더M ◆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PEF) 간에 회사를 사고파는, 이른바 '세컨더리' 투자가 관심을 받고 있다. PEF 수가 급증하고 회사들을 꾸준히 사들였던 PEF들이 잇달아 투자금 회수(exit)에 나서면서 기업 매물이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세컨더리 투자가 활성화되면 M&A 성사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세컨더리 투자가 국내 자본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 계열 사모펀드 KTB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분 82.54%를 보유한 국내 콘크리트 펌프카 1위 업체 전진중공업을 최근 국내 사모펀드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가는 2700억원이다. 이번 매각은 국내 PEF끼리 1000억원이 넘는 회사 경영권을 사고판 첫 사례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최근 사모펀드끼리 기업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을 다시 사모펀드가 사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번 사모펀드가 사들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되파는 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기 쉽지 않아 다들 사들이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되파는 기업의 인수자가 사모펀드가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팔아야 할 자산은 늘어나는데, 자산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M&A업계에서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PEF의 총투자규모는 55조원인 반면, 같은 기간 투자 회수 규모는 절반 수준인 27조원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팔아야 할 자산은 늘어나는데, 이를 사들이는 기업들은 저성장 기조로 투자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 자리를 세컨더리 투자가 메꾸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세컨더리 딜로는 버거킹이 꼽힌다. 2012년 국내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는 패스트푸드 체인인 한국버거킹을 두산으로부터 11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3년간 매출을 10배 이상 성장시킨 뒤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매각했다. 당시 이례적인 사모펀드 간 거래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세컨더리 시장의 성장은 자본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완화에 힘입어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한 M&A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지분만 사고파는 세컨더리 투자 사례도 많다. 작년에 LB인베스트먼트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SV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을 189억원어치 사들였다.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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