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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은 “전임감독이 적폐”라지만…야구계 숙원이었다
입력 2018-10-11 15:39  | 수정 2018-10-11 17:24
손혜원 의원에 의해 2018년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감독 발언 모습.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손혜원(6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18년도 국정감사 핫이슈다.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55) 야구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언행이 ‘갑질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마니아층은 전임감독제도에 대한 손 의원의 몰이해에도 불편해하는 눈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손혜원 의원은 자신이 증인으로 신청한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전임감독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야구대표팀 주체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단독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의 공동 운영으로 바뀌면서 도입된 전임감독제도는 해당 지도자의 연봉 등 금전적인 처우를 KBO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손혜원 의원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관리 권한을 사실상 포기했다라면서 프로리그 사무국인 한국야구위원회가 국가대항전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평소 즐겨 쓰는 표현을 따르자면 ‘적폐로 보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프로야구선수 종합경기대회 참가는 아시안게임은 1998년 방콕대회, 올림픽은 2000년 시드니대회부터다. 감독·코치까지 프로 위주로 구성된 것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 시초다.
물론 손혜원 의원은 기본적으로 종합경기대회는 아마추어리즘이 우선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 지도자가 아시안게임/올림픽 야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지 벌써 18년째인데 이것 자체를 문제 삼는 손혜원 의원의 주장은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우선 지적할 수 있겠다.

손혜원 의원은 선동열 감독에 대한 질의에서 ‘대회별 감독이라는 용어를 전임감독과 반대되는 뜻으로 사용하면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손을 완전히 떠난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 결과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 자체를 마뜩잖아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에는 유소년 육성 및 아마추어 배려 의무가 있다라는 뉘앙스로 손혜원 의원이 선동열 감독에게 말한 것 역시 ‘국가대항전에는 한국야구위원회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라는 평소 지론이 담겨있다.
선동열 감독은 국정감사장에서 ‘성적 우선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경기대회뿐 아니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리미어12 등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성적을 내야 하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결과 이상의 목표는 사실상 없고 그럴만한 여유도 특히 세계 무대라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임감독제도 역시 온전히 국가대항전에만 전념해야 호성적을 낼 수 있다는 야구계의 필요성과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다.
손혜원 의원이 지칭한 ‘대회별 감독은 프로야구 KBO리그 우승팀-2위 사령탑 순서로 추대한다는 규정으로 뒷받침됐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손혜원 의원의 2018년도 국정감사 발언처럼 ‘너무 편하진 않다. 직전 시즌 1·2위 사령탑조차 원소속팀 성적 저하를 우려해 국가대항전 지휘를 고사하는 경향이 날로 강해지다 보니 ‘대회별 감독 제도가 더는 운용되기 어려웠다.
프로선수 참가 후 전임감독이 진지하게 주장된 것은 2007 아시아야구연맹(BFA) 선수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겸했던 해당 대회는 2004 아테네올림픽 예선탈락 및 2006 도하아시안게임 동메달 이후 치러지는지라 성적에 대한 부담이 대단했다.
아테네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는 ‘삿포로 참사, 2006아시안게임 3위는 ‘도하 참사라 불릴 정도로 지금까지 회자하는 악몽 같은 결과다.
‘대회별 감독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및 2015 프리미어12 우승을 일궈냈다고 해서 전임감독제도를 바라는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초대 프리미어리그12 제패를 위한 국가대표팀 구성에 착수했을 때에도 이미 대회별 감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역시 근본적으로는 KBO리그가 흥행하면 흥행할수록 구단 감독은 ‘국가대표를 지휘했다가 정작 내 팀 성적이 부진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 결정적이다.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과정마다 현역 프로팀 지도자의 고사가 날로 심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임감독제도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선동열 감독이 금메달을 획득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프로선수 종합경기대회 참가 20년째이자 KBO리그 지도자가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한 지도 18년이 되는 해에 열렸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량 차이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의 규모 격차를 생각하면 국가대표팀 주도권이 후자로 넘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다.
손혜원 의원은 한국야구위원회의 야구대표팀 관여도가 커지고 대회별 감독에서 전임감독으로 바뀐 것을 ‘적폐로 보는듯하다.
KBO리그는 지난 18~20년 동안 상업적인 규모로는 미국과 일본 다음가는 세계 3위의 프로야구로 성장했다.
이 과정이 모두 올바르고 깨끗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적폐라는 단어 하나로 도매금으로 욕하기에는 최소한 선동열 감독의 선임이라는 결과물을 낸 국가대표팀 전임사령탑은 야구 현장이 원한 과거보다 발전한 제도다.
손혜원 의원은 2016년 6월 제20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에 이어 2018년 7월부터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가 되면서 ‘문화체육계 적폐 감별사(혹은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전날까지도 손혜원 의원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최소한 의지만큼은 진짜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넘치는 의욕만큼 타인 혹은 특정 조직을 ‘적폐로 판별하는 과정과 근거가 좀 더 투명하고 타당하길 바란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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