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메르스 사태 후에도 법정감염병 의무신고 부실"
입력 2018-10-11 14:10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감염병 확산 위험에도 국내 병원과 기관들의 법정 감염병 의무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 감염병 신고 현황'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총 18만8193건의 감염병 신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감염병 관련 청구 급여내역을 확인한 결과 8만4865건은 질본에 사전 신고하지 않고 감염병에 관한 총 112억6565만원의 급여만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감염병의 경우 의사는 확진 환자가 아닌 의심 환자에 대해서도 즉각 질본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한 의원급 병원은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단해 1건의 급여를 청구했지만 질본에 의무신고는 하지 않았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경우 1개 상급종합병원에서 4건, 6개 종합병원에서 17건에 대해 의무신고를 위반하고 건보공단에 급여만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감염병 의무신고 위반에 대한 처분도 부실했다. 신고를 지연하거나 누락하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의무신고 위반 처분 건수는 16건에 그쳤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법정 감염병 의무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감염병 자동신고시스템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병원의 의료정보 시스템(EMR)에서 자동으로 작성된 내용을 확인한 후 전송만 하면 된다.
하지만 지난해 감염병 자동신고시스템을 도입한 234개 병원에서 총 1만295건의 의무신고 법정 감염병에 대한 급여를 청구했지만 질본 시스템에는 전혀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34곳 중 비교적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는 29개 상급종합병원도 1009건의 의무신고를 누락했다.
이날 국감에선 최근 국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국내 비만 유병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 역시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건강 위협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다수 나라에서 사용하는 세계보건기구(WHO) 비만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비만 유병률은 5.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11일은 세계 비만의 날이다.
현재 국내에서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BMI·㎏/㎡)는 23 이하를 정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WHO에서는 이 기준을 25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체질량지수 25~29.9이면 비만이고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인 반면 서구에서는 25~29.9이면 과체중, 30 이상은 단순 비만으로 분류된다.
국내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 25를 따르면 한국의 19세 이상 비만 유병률은 35.5%(남자 41.8%·여자 20.2%)이지만 WHO 비만 기준인 30에서는 그 수치가 5.5%(남자 5.9%·여자 5.2%)로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의원은 "세계 기준 체질량지수인 30에 따라 주요국 간 15세 이상 비만 유병률을 비교하면 한국은 5.3%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3.7%)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제정된 아시아태평양지역 비만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 25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하지만 이를 만든 WHO서태평양지부조차 WHO 본부 권고에 따라 자체 기준을 포기하고 세계 비만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일본도 지난 2014년부터 체질량지수 정상 기준을 남성 27.7, 여성 26.1로 상향 조정했다.
남 의원은 "낮은 체질량지수 기준이 적용되는 건 패션이나 제약, 다이어트 제품 등 특정 업종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것 외엔 국민 보건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젊은 여성들이 그같은 낮은 기준 탓에 과도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보건당국이 비만 기준의 상향 조정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