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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국정감사를 ‘선동열 청문회’로 변질시켰다
입력 2018-10-11 10:19  | 수정 2018-10-11 17:23
손혜원 의원에 의해 2018년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감독 발언 모습.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손혜원(6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18년도 국정감사 첫날 스타(?)가 됐다. 마침 해당일에 개편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N의 ‘급상승 검색어 TOP20에 2차례나 신규 진입할 정도로 화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손혜원 의원은 자신이 증인으로 신청한 선동열(55) 야구국가대표팀 전임감독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전날까지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할 정도로 손혜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의욕이 너무 큰 탓일까. 국감의 본질을 잊은듯한 언행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선동열 감독 이하 야구국가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고도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체육요원 자격, 즉 사실상 병역 면제에 가까운 혜택을 특정 선수 2명에게 주기 위한 구성이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손혜원 의원이 10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구 애호가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것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선발 과정 문제 추궁이라는 요구에 부응할 의지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손혜원 의원은 왜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정도로 국민적인 원성을 받게 됐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한정된 시간에 너무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려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모습이다.
선동열 감독의 국가대표팀 지휘 자격이나 금전적인 대우, 평소 직책 수행 상황 등을 문제 삼은 것은 생뚱맞다. 손혜원 의원 때문에 국정감사장이 선동열 청문회로 격하된 것이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였고 지도자로는 KBO리그 우승을 경험한 선동열 감독이다. 손혜원 의원은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자체가 마치 부정으로 점철됐다는 듯한 시선을 보여 국정감사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
인기 구기 종목의 경우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프로리그연맹 혹은 사무국이 국가대항전을 지원하는 것을 비단 야구만의 일이 아니다.
아마추어가 주류인 종목과 프로화가 정착된 스포츠의 국가대표팀 구성 및 운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자는 정부나 후원사의 예산 비중이 높을 테고 후자는 차출을 허락한 프로구단에서 선수 개개인의 가치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대항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야구대표팀 주체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단독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의 공동 운영으로 바뀐 것은 그만큼 행정·재정적으로 KBSA의 역량이나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가맹단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능력이 모자라 프로리그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이건 선동열 감독의 항변처럼 지극히 행정적인 문제로 ‘평생 야구만 한 이번 국정감사 해당 증인이 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손혜원 의원이 선동열 감독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단독으로 국가대표팀을 운영하지 못하고 한국야구위원회가 개입했는지를 따질 이유와 명분 모두 없다는 얘기다.
10일 국정감사 현장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관 증인으로 출석해있었다. 손혜원 의원이 정 국가대표팀 운영 문제를 논하고 싶었다면 대한체육회, 나아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담당하는 문체부에 협회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왜 미흡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먼저였어야 한다.
손혜원 의원이 선동열 감독의 연봉과 판공비 등 계약 문제를 추궁한 것도 ‘왜?라는 의구심이 절로 나온 대목이다.
국정감사장에서 손혜원 의원도 언급했다시피 선동열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가 주체가 되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계약한 첫 사례다.
한국야구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이긴 하나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는 책임의 소재나 성격이 다르다.
즉 선동열 감독과 한국야구위원회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계약은 공적인 영역보다는 사적인 영역에 좀 더 가깝다. 게다가 국정감사 증인 채택 취지인 2018아시안게임 선수선발 논란과도 무관하다.
손혜원 의원은 선동열 감독한테 ‘한국야구위원회가 연봉 외에도 판공비를 사실상 무제한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라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무근이라는 반박을 받기도 했다.
진실 여부를 떠나 왜 선동열 감독의 돈 문제가 국정감사장이라는 공개석상에서 거론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개인 비리 때문에 증인으로 부른 것인가?
손혜원 의원은 ‘선수 파악을 특정 경기장에 나가기보다는 하루 5경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TV 중계를 통해 주로 한다라고 선동열 감독을 추궁하기도 했다.
‘연봉 ○억을 받으면서 그렇게 편하게 일을 하느냐?라는 얘기로 해석되는 손혜원 의원의 발언 의도는 선동열 감독에 대한 일종의 인신공격이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구성의 타당성을 따지길 원했던 여론과는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다.
10일 국정감사장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선동열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불세출의 스타로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존재다.
국민적인 공분을 산 선수선발의 잘못이 있다고는 하나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식의 수모를 전방위로 겪어야 할만한 과오를 범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다.
손혜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앞서 모 방송에 출연하여 포털사이트 뉴스 서비스 댓글에서 보고 배우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이러한 발언은 여론에 부응하는 질문을 선동열 감독에게 하겠다는 각오로 이해됐다. 하지만 10일 국정감사를 보고 나니 손혜원 의원은 댓글에 담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듯하다.
누리꾼 댓글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떠나 국회의원이 민심을 파악하길 원한다는 의도 자체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다만 의욕이 지나쳐 여론을 취사선택, 즉 보고 싶은 글만 읽으면서 펼치고 싶은 주장의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면 손혜원 의원은 이번 같은 역풍에 언제든 또 직면할 수 있다. 좀 더 넓은 시야가 요구된다. dogma0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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