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0월 10일 뉴스초점-허점투성이 '재난문자'
입력 2018-10-10 20:06  | 수정 2018-10-10 20:39
'인근 주민은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
사흘 전 고양시 저유소 화재 때 지역 주민들이 받은 긴급 재난문자입니다. 눈앞에서 검은 연기가 몰려오고, 불안감은 커 가는데, 달랑 '안전에 유의하라'는 말만… 도대체 어떻게 유의하라는 건지, 구체적인 행동 요령은 없었습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는 재난이 예상되거나 발생했을 때 보내는 재난 안전문자에 '다양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태풍이든, 화재든, 어떤 재난이냐, 위험성이 어떠냐에 상관없이 '안전에 유의하라'는 게 전부지요. 안전에 유의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보다는 각각의 재난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라는 내용이 중요한 건데, 이런 내용은 없고, '우리는 재난 안전문자를 보냈다', '위험을 알리기는 알렸다'는 자기증명에 급급한 거죠. 두루뭉술한 표현뿐 아니라 내용도 어렵습니다. 대부분이 한자어에 전문용어, 또 줄임말입니다.

'태풍 내습 시 위험지역 접근금지.' 태풍이 오면 강가나 바닷가 가까이 가지 말라는 건데, '내습'의 뜻을 정확히 아는 초등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또 '논밭 일을 하지 마세요' 하면 될 것을 굳이 '논밭 관리행위 자제'라고 합니다. 한국에 체류하는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은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까요?

더구나 시행된 지 12년이 됐지만, 국민 300만 명은 아직도 긴급 재난문자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긴급 재난문자 수신 기능이 없는 휴대폰에 설치할 수 있다며 관련 앱도 만들었지만, 이것마저 설치가 불가능한 휴대폰이 220만대나 됩니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공공 서비스인데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긴급 재난문자를 보내는 데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갑니다. 천금 같은 내 돈이 들어갔는데 받는 서비스가 엉망이라면 어떨까요? 도움도 안 되는 껍데기 안내가 아닌 내 생명과 안전에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알맹이가 꽉 찬 재난 안전문자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그게 옳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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