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세일 마케팅` 고수했던 스킨푸드, 폐점은 예견된 일?
입력 2018-10-10 17:26 
[사진 출처 = '스킨푸드' 홈페이지 캡처]

'1세대 화장품 로드숍'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스킨푸드가 지난 8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킨푸드는 자회사인 '아이피어리스' 안성공장에서 물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지만 자금난으로 원부자재 수급이 어려워져 공장 가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금 유동성 대비 과도한 채무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
2004년 설립된 스킨푸드는 2012년까지 연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등의 성과를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4년 해외 진출 이후 경영 상황이 나빠졌고 국내외 사건과 맞물리며 최근 4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회사 경영 상태가 안 좋아졌다"며 "일단 가맹점 물품 공급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K 뷰티 선두주자였던 스킨푸드가 기업회생 절차까지 신청한 것이 비단 대내외적사건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으로 365일 노 세일 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했던 스킨푸드는 로드숍 브랜드 중 유일하게 '노 세일(No-sale)' 원칙을 고집해왔다. 더페이스샵·미샤·토니모리 등 다른 로드숍들이 기간을 정해두고 주기적으로 30~50% 할인 행사를 실시할 때에도 스킨푸드는 브랜드 철학을 내세우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일부 신상품에 한해 부분 할인을 하거나 '원 플러스 원' 등의 이벤트성 '유사 할인' 정책만 진행했다.
노 세일 마케팅은 할인을 통해 반짝 매출을 올리는 대신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처음부터 일정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제값 주고 구매하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생기며 나타난 현상이다.
노 세일 전략은 무분별한 할인을 지양하고 거품 없는 가격 정책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로드숍 시장에서의 해당 전략이 인지도, 가시성 확보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고객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한계도 있다. 다른 로드숍들이 대규모 할인을 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때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유원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 세일 전략의 경우 언제 구입하더라도 가격이 똑같기 때문에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면서도 "충성 고객을 유치할 수도 있지만 타 브랜드에 뺏길 수도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초반부터 노 세일 원칙을 고수하며 다른 중저가형 로드숍과 차별화를 꾀했던 스킨푸드의 전략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한 시발점이라는 것.
유 교수는 "특히 브랜드 별로 특정 상품군만 사용하는 고객이 많은 로드숍의 경우 개별 브랜드 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샤넬 등 이미 브랜드 이미지가 확립된 명품 브랜드들이 많이 차용하는 전략인데 레드오션인 로드숍 시장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킨푸드는 국내 화장품 업계가 해외 시장 진출 뒤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신생 로드숍들이 생겨나자 뒤늦게 문제를 인식, 노세일 정책을 포기하며 전략 수정에 나섰다. 지난 2015년 11년 만에 할인 경쟁에 동참했지만 이미 매출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뒤였다. 경쟁 브랜드에 잇따라 밀리며 성장이 정체됐고 2015년 적자 규모가 129억원으로 더 늘어나며 당기순손실 205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판매촉진비를 39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외주용역비를 67억원에서 112억원으로 늘려 할인 행사 등 마케팅 강화로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이예진씨(26)는 "물론 제품의 질이 가장 중요하지만 스킨푸드는 언제 가도 가격이 변하지 않으니 어느 때도 가지 않게 됐다"며 "다른 로드숍에서 대규모 할인을 할 때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킨푸드를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스킨푸드는 19개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 사업권 일부를 매각해 재고자산 정비, 내부 시스템 고도화, 원가 및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 나갈 방침이다.
스킨푸드 측은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을 고려하면 계속 기업가치는 충분하다"며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이 인가될 경우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규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사업을 정상화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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