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당시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속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남성이 국가보상을 받게 되면서 형사보상 청구자격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부산지검은 8일 최근 피의자 보상심의회를 열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기소유예를 선고받은 A(61)씨에게 963만원을 보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대에 재학 중이던 A씨는 1979년 10월 16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돼 32일간 경찰서에 구금됐다.
유신헌법 53조에 근거한 긴급조치 9호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로, 많은 부마항쟁 시위자가 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후 2013년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9호의 위헌을 결정하며 부마항쟁 당시 구류, 징역형을 받은 이들은 재심을 거쳐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형사보상법상 재심 등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만 형 집행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는 보상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이에 부산지검은 긴급조치 9호 위헌 결정을 근거로 A씨 사건을 직권으로 재기한 뒤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려 A씨에게 사실상 무죄 판결과 같은 결과를 얻도록 해 형사보상의 기회를 부여했다.
보상심의회는 6만원 수준인 통상 일일 임금의 2~5배를 주도록 하는 보상규정을 최대한 적용, 하루 30만원 씩 A씨의 구금일수 32일에 대한 보상으로 총 963만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은 사람이 형사보상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A씨 보상신청을 받은 공판부가 이를 기각하지 않고 공안부에 요청하면서 사건 재기가 이뤄졌다"며 "이번 직권 결정으로 유사 사례에서 보상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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