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숨죽인 아파트값…4주연속 상승폭 줄어
입력 2018-10-04 17:47  | 수정 2018-10-04 19:22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그간 많이 오른 곳 위주로 상승폭이 꺾이면서 조만간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서울시 자치구도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는 물론 9·13, 9·21 부동산 대책 등 규제 약발이 먹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런 소강상태가 계속돼 연말 연초 서울 집값이 안정화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마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10월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올랐다. 이 같은 상승폭은 전주(0.10%) 대비 0.01%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지난 9월 첫째 주 이후 4주 연속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로만 보면 집값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 이전 수준으로 부동산시장이 회귀한 셈이다.
서울 25개구별로 살펴보면 동작구·용산구·강남구·서초구·양천구 등 12개구 상승폭이 전주 대비 줄어들었다. 동대문구·도봉구·노원구 등 8개구는 상승률이 전주와 같았고, 성북구·강서구·금천구·관악구·강동구 등 나머지 5개구는 전주 대비 커졌다.

특히 그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던 동작구는 이번주 보합(0.00%)을 기록해 하락 반전 상황을 목전에 두게 됐다.
재건축 단지들이 몰려 있는 서초구(0.01%)와 강남구(0.04%), 용산공원 개발 호재로 관심을 모았던 용산구(0.03%)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감정원 관계자는 "강북권 14개구(0.12%)의 경우 개발 호재 지역과 저평가 지역은 일부 가격이 상승했지만, 대부분 단지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최근 많이 올랐던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 호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사고팔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남권에서는 최근 두 달 사이 크게 오른 가격이 원점으로 돌아가 실거래된 물건도 나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자료에 의하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초래미안(전용 111㎡)은 9월 4일 18층 아파트가 17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7월 실거래가가 1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달도 안 돼 2억7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9·13 부동산 대책 직전에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이 아파트는 대책이 발표된 지 보름 만인 지난달 28일 15억4000만원에 팔렸다. 두 달간 급등했던 가격이 20여 일 만에 제자리로 복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뿐 아니라 하락 추세의 전세금과 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올해 말까지는 조심스러운 숨 고르기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기까진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올해 연말과 내년 초 변곡점이 오면서 집값이 상승과 하락 중 어디로 튈지 의견이 갈린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부동산애널리스트도 "9월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이 불명확하고 오락가락하면서 일선 금융기관들이 사실상 대출을 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거래절벽이 왔다"며 "사람들 머릿속에 '집 사면 망한다'는 생각보다 '그래도 사두면 오른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대출이 제한적으로라도 현실화되면 상승 추세는 다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집값이 주간 0.1% 안팎의 불안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10월 중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에 너무 급하게 올랐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시장에서 '이제 위험 관리를 해야 할 때'라는 인식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올해 11월까지 서울 입주 물량이 2만3000가구 정도인데 올해 12월부터 내년 말까지 5만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며 "강남 웬만한 아파트가 올해 3억~4억원씩 올랐는데 대출도 묶인 상황에서 지금 사면 꼭지일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집값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 인상과 대출 제한, 공급 확대 정책을 얼마나 현실화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할지에 따라 집값 향방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떨어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향후 매매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03% 올라, 전주(0.05%)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특히 서초구(-0.09%)와 동작구(-0.01%)는 정비사업 이주 단계가 마무리되고, 신규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세금이 하락 전환했다.
이준용 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은 특정 지역에 주택이 공급되면 해당 지역이 아니라도 주변 지역에 간접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는 '주택 필터링 효과'를 설명하면서, 경기권 입주 물량이 서울 전세금 하락으로, 또 매매가 안정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한강신도시, 파주 운정, 화성 동탄 등 수도권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 주변 서울 지역까지도 전세 가격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갭투자로 투자했던 보유자들이 집을 내놓으면서 집값 하락이 올 수 있다"며 "대형 개발 호재가 불쑥 나오지 않는다면 최근의 관망세와 진정세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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