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북 주택가 창동, 이제는 `음악 1번지`로"
입력 2018-10-03 18:25  | 수정 2018-10-03 23:49
시나위 신대철(51)이 서울 동북권을 한국 대중음악의 신(新)중심지로 세우는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플랫폼창동61의 뮤직디렉터를 약 2년 전 맡으면서부터다. 최근 플랫폼창동61에서 만난 그는 "대형 음악 기획사는 전부 강남에 몰려 있고 인디 음악계는 홍대에 쏠려 있어 동북 4구(성북·강북·도봉·노원)는 문화적으로 소외돼왔다"며 "이 지역을 대중음악의 새로운 중심지로 키워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문화 허브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창동61은 대중음악의 변방인 동북 지역으로 아티스트를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매년 플랫폼창동61과 함께하길 원하는 가수들을 공모·선발해 '입주'와 '협력' 두 그룹으로 나눠 관리하며 각종 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그는 "녹음실 대관과 관련해 입주 뮤지션에는 일곱 프로(pro·녹음실 이용 시간 단위, 3~4시간)를, 협력 뮤지션에는 다섯 프로를 무료로 내준다"며 "'너무 싸게 운영하는 게 아니냐'며 사설 업체 항의도 자주 받는다"고 했다. 아울러 입주 뮤지션은 1년간 스튜디오에 상주하게 되며, 공연장을 연 2회까지 무료로 빌릴 수 있고, 콘서트 수익금은 뮤지션 몫으로 85%까지 나눠준다.
신대철은 이 사업이 대중음악의 지역별 균형뿐만 아니라 장르적 균형도 맞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홍대와 강남에서 시작한 비인기 장르 뮤지션과 중소형 기획사, 클럽들은 그곳 임대료가 비싸지면서 외부로 나가게 됐다"며 "플랫폼창동61에서만큼은 음악인들이 그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 취지에 공감한 실력파 음악가들이 플랫폼창동61과 동행하고 있다. 국악기를 사용하는 록 밴드 잠비나이, 포스트록 밴드 로로스 리더 도재명, 헤비메탈 밴드 피해의식 등 국내외에서 음악성으로 주목받은 팀들이 올해 입주 뮤지션으로 활동 중이다. 이승열, 에이치얼랏, 이디오테잎, 황영원 등 협력 뮤지션도 22개 팀이나 된다. 신대철은 "개성 있고 독특한 뮤지션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며 "인기순으로 뮤지션을 선정하는 게 아니니 본인 실력과 독창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중음악 생태계를 정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지만 가수 신대철으로서도 삶을 놓지 않고 있다. 오는 13~14일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리는 서울블루스페스티벌엔 한상원, 찰리정과 함께 결성한 블루스파워로 공연한다.
올해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개최된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애국가 기타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1분10초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연주였지만 30분 정도 지나간 것 같았다"며 마치 신인처럼 떨었다고 떠올렸다.
아버지 신중현에게 한두 달 배운 게 본인이 받은 기타 레슨의 전부라는 그는 부활 김태원, 백두산 김도균과 함께 한국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2013년 일렉트릭 기타 명가 펜더사는 신대철이 '기타 연주 발전사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그에게 맞춤형 기타를 수여했다. 그의 밴드 시나위는 1983년 데뷔해 '크게 라디오를 켜고' '겨울비' '은퇴선언' 등 다수 명곡으로 한국 록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임재범, 김종서, 서태지 등 뮤지션이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린 것도 시나위를 통해서였다. 1980~1990년대 우리 가요계 중흥은 신대철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어보니 그는 "데뷔"라고 답했다. 그간 수많은 영광을 누렸지만 가수로서 살게 된 것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음반사 사장이 우리 연주를 보고, 계약하자고 이야기해서 꿈인가 생시인가 하면서 기뻐했다"고 회상할 땐 어제 있었던 일을 묘사하듯 생생했다.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기쁨을 느끼면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50대에 접어든 신대철의 최대 목표다. 4년 전 설립한 바른음원협동조합을 통해 사기업 대비 절반의 수수료로 음원을 유통하고 있다. 2023년 창동에 건립될 '서울 아레나' 사업에서도 분과장을 맡고 있는 그는 플랫폼창동과 서울 아레나 사이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과거보다 창작 환경은 굉장히 좋아졌어요. 그런데 수익 분배는 여전히 나빠요. 이제 우리 음악이 세계로 뻗어나갈 큰 판로가 생겼잖아요. 우리가 조금만 신경 써서 정당한 분배 구조를 만들면 아이돌 음악 말고도 다양한 장르 음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어요."
[박창영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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