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추신수, 뜨거웠던 여름-추웠던 가을 [시즌 리뷰]
입력 2018-10-01 06:29 
추신수는 한국인 최초 야수 올스타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덴버)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이지만, 이번 시즌처럼 많은 일들을 경험한 시즌이 또 있었을까?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다섯번째 시즌을 보냈던 추신수는 한 시즌동안 빛과 어둠을 모두 경험했다.

성적 한눈에 보기
텍사스(MLB): 146경기 타율 0.264 출루율 0.377 장타율 0.434 21홈런 62타점 92볼넷 156삼진

좋았던 일
추신수는 스프링캠프 기간 타격 자세에 변화를 주며 더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완벽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 노력은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았다. 5월 14일 휴스턴 원정을 시작으로 7월 21일까지 이어졌던 52경기 연속 출루 행진은 추신수 개인뿐만 아니라 텍사스 팀 전체에게도 전반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였다. 추신수는 이 52경기에서 타율 0.337 출루율 0.468 장타율 0.588 13홈런 29타점 48볼넷 52삼진의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한때 사두근 부상으로 지명타자로만 나가기도 하고 경기에 결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의 출루 행진을 막지는 못했다.
연속 출루 기록을 앞세운 추신수는 7월에는 텍사스를 대표해 올스타에도 나갔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는 박찬호, 김병현에 이은 세번째였고 한국인 야수로는 처음이었다. 올스타 게임에서도 안타를 기록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기에만 18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중 3개는 리드오프 홈런이었다. 지난 5월 27일 캔자스시티 로열즈와의 홈경기에서는 텍사스 이적 후 첫 끝내기 홈런을 치기도 했다.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던 2013년 5월 8일 애틀란타와의 홈경기 이후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안좋았던 일
추신수는 두드러졌지만, 소속팀 텍사스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발 투수들이 무너지다보니 타석에서 아무리 잘해도 팀이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다. 52경기 연속 출루를 했는데 팀은 이 기간 23승 29패에 그쳤다. 팀 성적이 나빠지면서 트레이드에 대한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트레이드 할만한 선수다'라는 예상은 난무했는데 '루머'는 없었다. 결국 텍사스를 떠나지 못했다. 지명타자, 혹은 외야수 자리가 급한 포스트시즌 경쟁팀들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잔여 계약도 부담이 됐으리라. 9월 곤두박질친 그의 성적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반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것일까? 후반기 성적은 너무 아쉬웠다. 9월 30일 성적 기준으로 55경기에서 타율 0.215 OPS 0.645에 그쳤다. 전반기 18개 홈런으로 개인 홈런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였지만 결국 21개에서 멈췄다. 좌우놀이에도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좌완(타율 0.219 OPS 0.637)을 상대했을 때와 우완(0.285, 0.892)을 상대했을 때의 균형이 너무 맞지 않았다. 이번 시즌 텍사스에서 좌완을 상대로 100타수 이상 소화한 타자 중 OPS가 제일 낮았다. 참고로 지난 시즌 좌완 상대 성적은 타율 0.287 OPS 0.752였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에 이어 임시 감독으로 오른 돈 와카마츠는 시즌 막판 좌완 투수가 나올 때마다 그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추신수는 후반기 오도어의 반등을 돕는 등 멘토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사진=ⓒAFPBBNews = News1

2019년 전망
2019시즌은 텍사스와 7년 계약중 여섯번째 시즌이다. 21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예정이다. 일단 시즌 개막전에서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부터가 확실하지 않다. 텍사스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재편하려는 모습이고, 자연스럽게 베테랑 선수들은 위치가 애매해진다. 여느 리빌딩 팀의 베테랑들이 그렇듯, 추신수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클럽하우스 리더'가 될 것이냐, 아니면 미래보다는 당장 이번 시즌을 보고 싸우는 팀으로 이적하느냐 갈림길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일단은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텍사스는 지금 조이 갈로, 노마 마자라, 루그네드 오도어 등 젊은 좌타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추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오프시즌 트레이드 시장은 여름 이적시장보다 수요가 많을 것이다.
전자를 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텍사스는 팀의 정신적 지주 아드리안 벨트레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다음 시즌도 같이 갈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 벨트레가 떠나면 팀에 남는 베테랑 야수는 추신수와 엘비스 앤드루스 둘밖에 없다. 레인저스 구단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울 베테랑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전반기 보여줬던 생산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추신수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번 시즌 후반기 오도어의 선전에 많은 도움을 주며 멘토 역할을 해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