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與·野 `패키지딜` 好시절 보내고···정쟁 소용돌이 속에 국감 일정도 불투명
입력 2018-09-30 16:46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폭로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정상적인 국정감사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심 의원의 기재위원 사퇴와 국감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청와대와 여당도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기재위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 충돌로 국감일정은 물론 증인채택도 합의하지 못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 등의 출석요구는 출석요구일 7일 전에 송달돼야 해서 여야는 적어도 3일까지는 증인채택에 합의해야 한다.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 국감 초반 파행이 불가피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고 국감 증인 채택을 위한 의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에 일정 합의에 소극적이라 전체회의 일정이 잡힐 가능성은 낮다.
국감일정 파행 우려는 기재위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10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국감은 열흘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 논란이 기획재정부를 넘어 검찰·법원·청와대까지 확산되면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심재철 의원 건 말고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도 불씨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유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내달 1일까지 채택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기간 내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할 수 있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재요청한 뒤에도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법에 따라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심 의원의 폭로 파문 등으로 인해 국감 스케줄이 틀어질 것으로 보고 '힘을 아끼는' 의원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어느 한쪽이 물러설 수 없는 단계까지 이 사안이 흘러왔기 때문에 국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그간 사례를 살펴보면 국감 시즌에 터진 이슈로 인해 국감 일정이 밀리거나 파행을 겪은 일이 많았다. 오늘(30일)도 심 의원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어느 한 쪽이 굽힐 수가 없어서 기재위 국감 파행이 다른 상임위로 번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재작년 국감도 최순실 이슈가 터지자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극렬 반발해 국감이 2주정도 밀린 바 있다.
민주당 내부의 이런 분위기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을 패키지 처리하면서 입법에 부담을 덜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터넷 은행법으로 민주당 내에서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당과 더 이상 타협은 없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공들여 타협해야 할 원내 과제가 없으니 세게 나가겠다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에 대해서도 바른미래당이 우호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만큼 부담도 덜었다는 입장이다. 또 여당으로써는 국감이 밀려도 손해볼 게 적다.
한국당은 국감을 통해 이번 사건을 제대로 따져묻겠다는 입장이라 국감 진행이 절실하지만, 심 의원의 기재위원 사퇴 등 민주당의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우선 심 의원이 획득한 자료는 정당한 절차로 확보한 국감자료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심 의원 사퇴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칫 여당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국감 파행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며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사임 요구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청와대와 정부를 위한 요구임이 명백하다"며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에 대한 자기파괴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 탄압 행위를 멈추고 국정방어가 아닌 국정감사를 성실하게 준비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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