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에서 울지 않겠다던 봉중근(38·LG 트윈스)의 말은 헛된 바람으로 끝났습니다.
어제(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KIA의 6-2 승리로 끝난 뒤 봉중근 은퇴식이 진행됐습니다.
감사패, 기념 액자, 꽃다발 전달, 유니폼 반납 때까지 밝은 표정을 짓던 봉중근은 기념 영상 상영 때 무너졌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삶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절대적인 존재였던 아버지의 영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봉중근은 "은퇴를 결정하고서 라커룸을 정리하고 주차장을 나갔는데, 비가 오더라. 아버지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아버지가 많이 슬퍼하시는구나 싶었다"고 했습니다.
봉중근은 그 비를 2012년 11월 돌아가신 아버지의 눈물로 받아들였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셨던 아버지는 대장암이 발견돼 2003년 택시 운전을 그만두기까지 택시 안을 온통 아들의 사진으로 도배했습니다.
1남 3녀 중 막내인 봉중근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 한국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낼 때는 매일 야구장을 찾다시피 했습니다.
아버지의 아들 사랑은 남달랐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끔찍이 모셨습니다.
아버지가 2012년 9월 21일 시구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아버지와 함께했던 모습들이 시간을 거슬러 전광판을 통해 비치자 봉중근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봉중근은 펑펑 울었고, 모습을 본 팬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아버지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아버지가 좋아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다짐하듯 말했습니다.
이후에는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과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등 메이저리그를 누비는 선후배들, 그리고 임용일 LG 트레이닝 코치, 조인성 두산 베어스 코치, 안치용 KBSN 해설위원, 박용택, 김광삼 코치, 이동현, 임찬규, 신일고 야구부가 차례로 영상에 등장해 봉중근의 건승을 비는 영상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고별사 차례가 찾아왔습니다.
"자랑스러운 LG 트윈스 봉중근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오늘 아쉽게 패했지만, 우리 선수들 가을야구 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도 올 시즌 순위 싸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은퇴를 선택한 자신의 선택에 용서를 구했습니다.
봉중근은 "저는 행복한 투수였다"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봤고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LG 유니폼 입고 신나게 야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쉽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준 응원의 목소리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봉중근은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키스했고, LG 선수단은 마운드 위에서 봉중근을 헹가래 쳤습니다.
어제 잠실구장에는 2만1천766명이 입장했습니다. 경기 뒤에도 관중의 3분의 2는 관중석을 지켰습니다. KIA 응원석에서도 상당수 관중이 남아 봉중근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