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시도 부동산 열풍…펀드에 3천억 뭉칫돈
입력 2018-09-26 17:43 
증시마저 부동산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예탁금은 줄고 간접투자용 주식형펀드 설정액도 급감하고 있지만 유독 부동산펀드에는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펀드매니저들마저 요즘 펀드시장에서 돈이 들어오는 것은 부동산펀드·리츠(REITs)뿐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월간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5조5258억원으로 연초(1월 말 10조8426억원)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6월 이후 글로벌 무역분쟁 여파로 이머징마켓 증시가 조정장을 겪으면서 코스피 거래 자체가 급감한 것이다. 거래가 줄어든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의 증시 대기자금마저 급감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중순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예수금 제외) 규모는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24조5869억원을 기록했다. 연초에만 해도 31조원에 육박하던 투자자예탁금이 6조원 이상 급감한 것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투자자들이 증권사 등에 맡겨놓은 대기자금을 말하는 것으로 언제라도 다시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 거래대금이 줄면서 예탁금마저 급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자금을 빼낸 투자자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간접투자인 펀드시장 동향을 보면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주식형펀드에서는 환매가 늘었지만 부동산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직접 아파트를 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간접투자시장마저 부동산 테마로 달궈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덱스펀드를 제외한 액티브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지난 6개월간 5167억원 감소(9월 20일 기준)했다. 연초 이후 6000억원이 넘는 돈이 환매돼 빠져나간 것이다. 해외 주식형펀드도 최근 신흥국·유럽펀드의 환매가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설정액이 1931억원 감소했다.
반면 국내 부동산펀드는 올 들어 2157억원이 몰리면서 설정액이 8000억원을 넘보고 있다. 여기에는 부동산 대출채권이나 임대로 수익을 올리는 펀드만 포함된 것이라 최근 투자자가 몰리는 국내 리츠를 포함하면 국내 부동산펀드에 쏠린 자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리츠를 포함하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이미 올 들어 설정액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6개월간 해외 부동산펀드에 자금이 2257억원 이상 몰린 결과다.

최근에는 개인투자자가 즐겨 찾는 부동산펀드 중에서 국내 공모 리츠 시장이 큰 붐을 일으키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 여러 명에게서 자금을 모아 오피스빌딩, 호텔 같은 부동산이나 물류 등 부동산과 관련된 곳에 투자해 올린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부동산 공모펀드가 성공을 거두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운용사들이 눈을 해외로 돌려 미국·호주·유럽 등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을 유동화해 기대수익률 연 6~7%대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추세에 조달 비용이 늘어난 게 문제였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기대수익이 낮아져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오히려 뜸해지고 최근에는 국내 상업용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리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식시장에서 등을 돌려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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