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의 종결을 거론함에 따라 재단의 해산이 가시화되고 있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 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조만간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는 뜻을 통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유관 정부 부처 당국자들은 26일 재단의 처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 발언으로 방향성은 나온 상황"이라며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에서 협의해 가면서 머지않아 재단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는 "관련 부처와 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며 "(재단의 처리와 관련한) 구체적으로 일정이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 합의에 따라 이듬해 7월 출범했다.
위안부 합의 내용에 따라 재단은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99억원)으로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며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재단은 유명무실화됐다.
작년 말 이사진 중 민간인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재단은 기능 중단 상태가 됐다.
지난 3일부터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주도로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가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재단이 더는 역할을 하기 어려운 현실과 피해자 측의 해산 요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