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9월 24일 뉴스초점-비극 부르는 가정폭력
입력 2018-09-24 19:59  | 수정 2018-09-24 20:34
남편의 폭력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내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폭행을 당한 적이 없다'는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경찰이 보내온 경고 안내장을 본 남편이, 더 심한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그 뒤 아내는 남편의 폭력에 응급실까지 실려 갔습니다. 하지만, 자식들 직장에 찾아가 행패를 부릴 것이 두려워 아내는 또다시 남편을 선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속되는 폭력에 아내는 이혼을 결심했고, 지난해 3월 합의 이혼했지만, 전남편이 된 그에게 맞아 갈비뼈 12대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돼 결국 숨졌습니다.

무려 23년간 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했지만, 재결합을 요구하는 전 남편에게 저항하다 살해를 당한 실제 이야기입니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크고 작은 가정폭력은 상당히 많습니다. 보통, '집에 늦게 와서', '묻는 말에 대답을 잘 안 해서'….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이유로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게 대부분이고, 또 대부분이 상습적입니다.

물론 가정폭력 특별법이 있기는 합니다, 실제로 최근 검거된 건만 연간 4~5만 건에 이르고요. 하지만 참다못해 신고해 놓고도 한 집의 가장, 아이 아빠라는 이유로 처벌을 원하는 경우는 열에 하나뿐. 또 현행 가정폭력 특별법이 피해자 보호가 아닌 가정 유지가 우선이다 보니, 상담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가해자의 기소율은 26%, 구속률은 0.8%에 불과하죠. 가정폭력 특별법이 아니라 남편 보호법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합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부부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언제까지 우리는 바라만 봐야 할까요. 가정폭력도, 아동과 노인학대 사건처럼 관련 기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법을 바꿔야 합니다.

추석은 즐거운 명절, 가족이 모이는 날.
하지만 이 명절을 죽기보다 괴로워하며 지내는,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피해자들도 많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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