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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추석]`셰이프오브워터`에서 `더포스트`까지...상반기 명작영화 다시보기5
입력 2018-09-23 08: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2018년 상반기, 마블을 비롯한 외화 블록버스터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명작들이 있다. 황금연휴 추석을 맞아 챙겨보면 좋을 영화들을 소개한다.
모아보니 역시나 아카데미다. 후보작이 발표됐을 당시에만 해도 지난해보다 2% 부족한 듯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덜 했지만 막상 한 편 한편 베일이 벗겨지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카데미는 어렵도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한층 다채로운 매력과 재미, 묵직한 메시지로 진가를 증명해낸다.
오스카의 주인 ‘셰이프 오브 워터부터 각색상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더 포스트,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작은 아니지만 놓치면 후회할 국내 영화 ‘소공녀와 색다른 공포 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까지 골고루 만나보자.
◆전세계를 홀린 오스카의 주인, ‘셰이프 오브 워터
지난 3월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예를 안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역시나 놓쳐서는 안 될 명작이다.
앞서 지난해 열린 제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셰이프 오브 워터는 ‘판의 미로 ‘퍼시픽 림 등을 연출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으로 마이클 섀년, 마이클 스털버그, 옥타비아 스펜서 등이 열연했다.
영화는 196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일라이자(샐리 호킨스)와 ‘아마존의 신으로 불리는 괴생명체와의 사랑을 담는다. 남미의 강 어딘가에서 붙잡혀온 괴생명체는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아마존의 신으로 불린다. 미국 정부는 그가 가진 불가사의한 힘을 우주개발에 사용하려고 하지만 이를 두고도 내부 정치가 잔혹하게 벌어진다.
말을 못하는 청소부 일라이자는 학대 당하는 괴생명체에 동정심을 느끼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 점점 인간으로, 사람으로, 남자로 느끼게 된다. 그 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 줘요”라며 종을 넘어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아름답고도 신비롭고 애잔하다. 배우들은 서로 다른 결핍을 지닌 저마다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감싸 안는 음악과 뛰어난 미장센은 어떻고.
삐뚤어진 탐욕으로 가득한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등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비정한 인물들을 보면서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 되묻게 한다. 영화는 인종차별, 성 소수자를 향한 편견 등을 아우르는 동시에 사랑은 한 나약한 인간을 얼마나 용감하고 위대하게 변화시키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강요하지 않아 더 아름답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여름별장에 놀러 온 소년의 로맨틱 성장스토리다. 구아다니노의 뮤즈이자 페르소나인 여배우 틸다 스윈튼 없이 청춘의 사랑을 더없이 아름답게 풀어냈다.
1983년 여름,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모처럼 이탈리아 남부의 별장에서 머무르게 됐지만 지루하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초청으로 대학원생인 올리버(아미 해머)가 방문하는데 어쩐지 속을 알 수 없는 면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올리버는 어른답게 엘리오의 투정을 능숙하게 받아넘기고 둘은 차츰 서로에게 스며든다. 사랑을 표현하고 철학적으로 접그해 그려나가는 구아다니노만의 특별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온전한 하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자신과 똑 닮은 나머지 반쪽을 찾아다니는, 플라톤의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다.
◆세상을 바꾼 고뇌와 결단, ‘더 포스트
천재감독 스필버그와 세계적인 배우 톰 행크스의 다섯 번째 만남이다. 여기에 수식어가 필요 없는 메릴 스트립까지 합세했다. 역시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영화 ‘더 포스트다.
작품은 4명의 미국 대통령이 30년간 은폐해 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담긴 정부기밀문서를 세상에 폭로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특종 보도 실화를 다룬다. 1971년 세상을 발칵 뒤집은 ‘펜타곤 페이퍼. 그것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백하고도 뜨겁고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당시 지역 신문 정도에 불과했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위상이, 뉴욕 타임스만큼 높아질 수 있었던 계기를, 최초의 여성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이라는 여인의 큰 입지와 더불어 언론이 나아가야할 진정한 방향성에 대해 진중하게 이야기 한다. 국가와 언론과의 치열한 대립 과정을 집요하고도 치열하게 다루는 동시에 모든 인물들의 상징성이 날카롭게 살아 있어 보는 내내 쫄깃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시의적인 메시지를 담아 전미비평가위원회 3관왕(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수상 및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보고 난 뒤 보다 뜨거워지는 감동과 되살아나는 열정은 반가운 덤이다.
◆씁쓸한 현실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소공녀
‘소공녀(감독 전고운)는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유니크한 여자 ‘미소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낸다.
지난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는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현대판 소공녀 미소(이솜)을 통해 답답한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씁쓸한 서울의 낭만을 담은 몽환적인 영상미, 무거운 현실을 담았지만 위트와 긴장감을 교묘히 넘나드는 이야기의 힘으로 높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미소의 친구들 중 한 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부정할 수 없는 미안함과 아쉬움, 그리고 진한 여운을 느끼게 한다.
집이 없다는 사실 하나를 빼고는 누구보다 깨끗하게 집을 청소하고 관리하며 친구들에게 정성스레 밥을 차려주고 예의 바른,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확고한 가치를 살아가는 미소의 모습은 우리 내면에 가지고 있던 편견과 차별을 깨트리기에 충분하다.
이 시대의 미소, 아니면 미소의 친구로 살고 있는 우리들, 혹은 그 가운데서 갈팡질팡하는 청춘들을 위한 영화다. 동시에 춥지만 같이 가보자고, 함께 버티다 보면 조금은 따뜻해질 수 있지 않겠냐는 감독의 위로와 애정이 가득 담겨 있는, 공감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아이디어의 승리, 신선한 공포물, ‘콰이어트 플레이스
‘콰이어트 플레이스(감독 존 크래신스키)는 소리를 내는 순간 공격받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가족의 숨막히는 사투를 그린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리도 내지 말아야 하며, 말도 하면 안 된다. 붉은 등이 켜지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일단 아이디어의 승리. 앞을 못 보는 대신 예민한 청력을 지닌 ‘괴물을 피해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들. 고요한 적막 속에서 펼쳐지는 스릴과 공포는 신선하고도 갑갑하고 불안하다. 배우들은 저마다의 완벽한 연기력으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전개로 구멍을 메운다. 단지 공포에서만 그치지 않는 다양한 감정들을 거침없이 끄집어내는 영리한 영화다.
부부는 극심한 공포 속에서도 아이를 갖게 된다. 앞선 괴물의 습격으로 막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트라마우마 속에서도, 가족들은 새로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뭉치고 갈등하고 다시금 사랑한다. 무섭지만 슬프고 연약한 듯 강인한, 이 용감한 가족의 긴장감 넘치는 ‘괴물 사냥을 그린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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