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 세상 하나뿐인 명품 `가죽공예`…나만의 `힐링 레시피` 찾아서
입력 2018-09-20 15:55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가죽공방 '라펠레테리아'. 2년여 전부터 이정민 대표가 운영 중이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과 함께 '워라밸'과 '소확행'을 중시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나'를 위한 소비를 하는 2030세대가 증가하는 추세다. 여가 시간을 오롯이 자신을 위한 재충전 시간으로 활용하려는 직장인들은 기존의 정형화된 취미 활동에서 벗어난 새로운 영역의 취미 활동 공간에 발을 내딛고 있다. 매경닷컴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떠오르고 있는 이색 취미 활동을 밀착 취재, '직장인 취미열전' 코너를 통해 생생한 체험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소소하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찾아 헤매는 젊은 층에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맞춤형 취미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죽공예'는 뻔하디 뻔한 기성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 레시피'를 찾고픈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가죽공예는 가죽을 사용 용도에 따라 가공하는 기술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많이 소요되는 시간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취미 활동에 속했다. 그러나 최근 늘어난 수요에 맞게 다양한 가죽공방이 생겨나며 선택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적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부터 눈에 보이는 성과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자격증 취득반까지 원하는 목적에 맞게 공방을 선택할 수 있다. 키홀더, 카드케이스, 필통, 지갑, 여권 케이스, 가방 등 가죽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
가죽공예 일일 체험을 위해 방문한 서울 구로구의 한 가죽공방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가죽가방이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죽공방 '라펠레테리아'는 가죽이 내뿜는 특유의 무게감에 '공방'이라는 은밀한 장소가 주는 독특한 분위기가 더해져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가죽공예가 난생 처음이라며 손만 대면 망가뜨리는 '마이너스의 손'임을 재차 강조하는 기자에게 이정민 라펠레테리아 대표는 기본 과정을 알 수 있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키홀더' 만들기를 추천했다. 이 대표는 "단계마다 잘 따라오다 보면 망치는 일은 거의 없다"라며 "가죽공예는 초보도 곧잘 따라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라 빠르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베지터블 통가죽은 사람의 손을 탈수록 멋스럽게 길들여진다. [사진 = 채민석 인턴기자]
본격적인 키홀더를 만들기에 앞서 직접 가죽을 고르고, 색을 조합하고, 디자인을 하는 과정이 있었다. 가죽에는 인공 약품 처리로 오염에 강한 크롬 가죽과 천연 마감을 거친 베지터블 가죽,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베지터블 가죽은 오염에 약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변해 모두 다른 느낌으로 길들여진다는 특징이 있다. 사람의 손을 탈수록 멋스럽게 변한다는 설명에 이끌려 베지터블 가죽을 선택했다.
가죽에 박음질을 하기 위해 '치즐'을 대고 망치로 내리쳐 마킹을 해야 한다. [사진 = 채민석 인턴기자]
가죽공예는 다른 어떤 취미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확한 치수로 가죽을 재단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마킹한 가죽에 동일한 힘으로 바느질을 해야 한다. 가죽은 어느 정도 두께가 있기 때문에 일반 직물처럼 바로 바느질을 할 수 없다. 원하는 키홀더의 크기에 맞게 가죽을 자르고 '치즐'이라는 도구를 대고 망치로 내리쳐 표시를 남겼다.
'스티칭 포니'에 가죽을 고정시키고 '새들 스티치' 방식으로 박음질을 이어갔다. [사진 = 채민석 인턴기자]
이제 끈기와 인내의 시간이다. 가죽 제품 제작에서 중요한 디테일 중 하나는 스티치, 즉 박음질이다. 먼저 가죽을 고정시켜 바느질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스티칭 포니'를 활용했다. 실 양쪽에 바늘 두 개를 끼워 넣는 '새들 스티치' 방식을 통해 박음질을 시작했다. 시간이 단축되고 시각적인 장식이 더해져 가죽공예에서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일정한 목표를 두고 동일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약 1시간에 걸쳐 완성한 키홀더.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애착이 생긴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한 단계 한 단계를 넘을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몰입감이 상당했다. 이 대표 역시 이런 몰입감이 좋아 취미로 가죽공예에 발을 내디뎠다가 본업과 취미가 바뀐 경우다. 이 대표는 "원래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면서 "밤새워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았는데 집중이 안 되는 순간이 와 정신건강을 위해 몸 쓰는 활동을 같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죽공예를 하다 보니 회사일을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회사를 그만두고 원하는 하는 일을 하는 지금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행복 레시피를 찾은 이 대표에게 가죽공예의 매력을 묻자 "반복되는 작업 중에 '창조력'이 더해진다는 점"을 꼽았다. 이 일을 선택한 뒤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 대표는 "이런 소소한 행복을 가족과도, 연인과도 함께 나눌 수 있다"라면서 "손 기술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실력이 늘어나 평생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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