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2000억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8000억원대 ISD를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이어 두 번째다.
18일 법무부는 "메이슨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 규칙에 근거해 지난 13일 ISD 중재신청통지를 정부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메이슨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 조치로 최소 2억달러(약 225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중재의향서 접수 때 청구한 1억7500만달러(약 1970억원)보다 2500만달러(약 28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중재신청통지에 따르면 메이슨은 "2015년 7월 양사 합병 의결 이후, 이전부터 보유해온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주식을 상당히 저평가된 가격으로 매각하는 등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지급돼야 할 금액 전부에 대한 복리이자와 변호사 비용 등을 포함해 손해액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당시 메이슨의 보유 주식수는 삼성물산 304만6915주, 삼성전자 8만1901주였다.
또 손해배상의 주요 근거로 국민연금이 지난 7월 3일 발표한 감사 결과를 거론했다. 메이슨은 "당시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은 저평가할 목적으로 합병비율 계산에 사용된 재무정보와 자료를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정농단 재판에 대해선 "한국 사법제도는 박근혜 대통령 등 정부 인사들에 대한 유죄 판결로써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고 했다.
중재신청통지가 접수됨에 따라 양측은 본격적인 ISD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메이슨은 중재인으로 영국 국적의 전직 판사 출신의 엘리자베스 글로스터를 선임했다. 정부가 중재인 선임을 마치면 양측은 협의를 거쳐 의장중재인과 중재지를 정하게 된다. 현재 중재 대리는 메이슨 측은 레이텀 앤 왓킨스(Latham&Watkins)· KL파트너스가, 정부 측은 법무법인 광장이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정부는 관계 부처 간 합동 대응체계를 구성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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