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불안에 강남권 개발 줄줄이 표류
입력 2018-09-17 17:27  | 수정 2018-09-17 19:28
현대차그룹 신사옥이 될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예정지 모습. [매경DB]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강도 높은 9·13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서울에서 추진하던 삼성동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잠실운동장 주변 지역 활성화 등 강남권 대형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관심을 모았던 GBC는 당초 올해 안에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착공까지 목표로 했으나 연내 인허가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내년 상반기 착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7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시는 이달 초 국토부에 GBC 건립계획안을 수도권정비위원회에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위원회 개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정비위는 통상 매년 3·6·9·12월 셋째 주에 열린다. 예정대로라면 이번주에 회의가 열려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 등 때문에 회의 개최는 일단 10월 중순 이후로 미룰 예정"이라며 "정확히 언제 열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건축물이나 공장 신축 등으로 인한 수도권의 인구 과밀집을 조율하기 위한 협의기구인 수도권정비위는 GBC 건립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관문으로 꼽힌다. 지난 1월과 4월 각각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고, 수도권정비위만 넘으면 사업자인 현대차가 서울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아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앞서 작년 12월과 올해 3월, 7월 수도권정비위에 GBC 건립계획안이 세 번 상정됐지만 번번이 보류 판정을 받았다. GBC 건립 이후 현대차그룹 본사가 이전하고 남을 양재동 사옥에 추가 배치될 인력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다만 다음달 수도권정비위가 열려도 GBC 건립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부와 관련 업계 안팎의 공통된 전망이다. 지난 7월 세 번째 수도권정비위 보류 판정에 대해서도 결국 집값 때문이란 뒷말이 부동산 업계에 파다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에서 현대차그룹 직속 GBC신사옥추진사업단으로 파견 발령이 났던 현대건설 기술자 20여 명이 최근 본사 복귀를 발령받았다. 현재 GBC사업단에는 김인수 부사장을 포함해 20여 명이 파견을 가 있었는데 가을 인사철이 임박하고 연내 착공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복귀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건설 업계 일각에서는 그간 GBC사업 추진에 의욕을 보이던 현대차그룹이 한 발짝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 "맡은 임무를 끝낸 일부 파견 직원이 복귀한 것"이라면서 "사업 자체에 대한 계획이 바뀐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첫 수도권정비위에서 국방부가 갑작스럽게 GBC 건립 관련 비행안전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고나오면서 속도가 늦춰지기 시작했다. 국방부·서울시·현대차 3자가 협의를 거쳐 지난 3월 잠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아직 불씨는 남았다. 시 관계자는 "국방부와 현대차가 비행안전 관련 협약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GBC 개발 지연과 맞물려 서울시의 '잠실운동장 주변 활성화'도 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당초 지난 8월 중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잠실운동장 주변 지역 활성화 방안 용역을 9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당초 8월 중순 마감한 용역 결과를 토대로 9~10월께 잠실운동장 주변 지역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용역 기한이 연장되면서 자동적으로 최종 방안 마련은 연말이나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잠실운동장 주변 활성화 사업은 신천 맛집 골목 정비, 아시아공원 등 인근 보행로 확대가 당초 목적이었다. 기존 용역 대상은 잠실운동장 주변 아시아공원 및 신천동 일대 상가지역으로 약 27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는 코엑스와 GBC 용지, 잠실운동장 등을 포함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약 300만㎡로 대상을 확대했다. 서울시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GBC 개발이 지연되면서 사업 속도를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는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과 경계에 있는 사당·수색·온수 등 12곳 관문도시 위주로 개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창동·상계 등 기존에 추진했던 강북지역 개발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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