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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다가온 `캐시리스 사회` 명과 암
입력 2018-09-17 17:06 
`캐시리스 사회`를 앞당기고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캐시리스 사회', 즉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캐시리스 사회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신용·체크카드,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해 소비·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캐시리스 사회를 촉진하기 위한 국가간 경쟁도 치열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현금거래 한도를 500유로에서 1만5000유로로 제한하고 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스페인 등은 한도 초과 시 벌금까지 부과한다. 현금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맞아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 비현금 결제 비율을 40%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에 인공지능 계산대,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확대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금없는 사회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다른 나라보다 한 발짝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해 말 온라인상에 한 중국 노숙자가 베이징 지하철역에서 'QR 코드' 단말기를 들고 적선을 받는 모습이 올라와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만큼 중국 내 QR 코드 열풍은 대단하다. 금융정보 업체인 RFi그룹에 따르면 지난 1분기 QR 코드 결제 비율은 아시아 국가 중 중국이 70%로 가장 높았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19%, 8% 수준에 그쳤다.
이들 국가가 '캐시리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비용 절감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지폐와 동전을 발행하고 유통, 관리, 회수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게 가장 직접적인 효과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행한 동전 중 회수 동전 비율은 75.5%밖에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신규 동전 발행에 투입된 추가 비용은 약 500억 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손상된 화폐의 폐기 규모는 약 3조8000억 원에 이른다.
탈세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금 없는 사회에선 현금거래로 인한 탈세가 불가능해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QR 코드 결제 시장 확대에 뛰어들며 현금 없는 사회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카카오페이',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은행권 공동 모바일 결제 시스템 '한은페이' 등 민간 서비스를 시작으로 올해 12월 본격 시행 예정인 서울시 '제로페이' 등 공공 서비스 도입까지 이뤄지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이 같은 사회 변화에 발맞춰 주문·결제 시스템에 키오스크, 모바일 앱 등을 도입해 현금 사용 없는 매장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점의 경우 계산대를 없애고 계산대 기능은 SSG 페이가 대신한다. 스타벅스코리아 역시 지난 4월 판교H스퀘어점과 삼성역점, 구로에이스점 등 3개 매장에 현금 없는 매장을 시범 도입했으며 현재는 100곳 이상으로 확장 운영 중이다. 현금 결제가 줄면서 계산 시간도 10분에서 3분 안팎으로 감소했다. 정산 시간 감소에 따라 매장 청결 관리와 고객 응대 등 고객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캐시리스 사회가 또 다른 소외계층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금을 주로 이용하는 노인이나 저소득층, 모바일 앱이나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 등에게 캐시리스 사회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노인분들은 키오스크 화면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라면서 "이런 분들을 위해 카운터에서도 주문을 동시에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전자화폐 시스템 오류 시 장기적인 전산 장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완전한 비현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상사태를 대비에 즉각 이용 가능한 현금 흐름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제 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라며 "완전한 캐시리스 사회가 도래할 때까지 현금과 비현금이 공존하는 과도기가 불가피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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