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해외에 페이퍼컴퍼니 두고 1조원 선박유 공급한 업체 8곳 적발
입력 2018-09-17 14:08 
페이퍼컴퍼니 세워 선박 연료유 공급

홍콩 등 해외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선박 연료유를 공급한 유류매매업체 8곳이 세관에 적발됐다.
부산본부세관은 외국환거래법 위반(해외불법예금) 혐의로 H사 등 8곳을 적발하고 이모 씨(46) 등 해당 업체 대표 8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씨 등은 최근 11년간 조세회피처인 홍콩,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서류상 회사인 페이퍼컴퍼니 1∼3곳을 설립하고 해외계좌를 개설한 뒤 1조1000억원 상당의 선박 연료유 대금을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매매 차익으로 챙긴 부당이익은 모두 50억∼100억원으로 추정됐다.
외국환거래법은 국가의 외화보유 현황 관리 등을 위해 대한민국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예금을 외국환은행 등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정한 시설 등을 구비한 등록업체만이 유류 매매가 가능하다.

이번에 적발된 8개 업체는 이런 법적 제한을 피할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가 선사에 선박유를 공급하는 것처럼 꾸몄다는 게 세관의 설명이다. 이씨의 경우 국내 대형 정유회사를 퇴직한 이후 2007년에 국내외 선박회사와 정유회사 간 선박 연료유 매매를 중계할 목적으로 서울 종로구에 H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석유사업법에서 요구하는 자본금과 저유시설 등 설비를 갖출 자금이 부족하자 홍콩,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했다. 이씨는 홍콩의 회사가 매매 당사자인 것처럼 서류 조작해 매매를 한 데 이어 그 대금도 홍콩 은행계좌로 영수하는 수법으로 관계기관의 감독을 회피했다.
세관은 무등록 선박 연료유 판매상이 활개를 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한국은행의 외화 거래내용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서 관련 업체를 적발했다.
양승권 부산본부세관장은 "해외 서류상회사의 비밀계좌를 이용한 선박유 불법거래가 외국환 거래질서를 흐트러뜨리고 무등록 유류공급업체 난립으로 석유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도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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