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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촉법 공백에 속타는 中企…車·조선업체 연체율 급증세
입력 2018-09-11 17:41 
"요즘 자동차 협력사 중에서 도산 위기에 처한 회사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자동차 생산 물량도 줄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사양산업으로 분류해 대출을 안 해주는데 10월에 문을 닫겠다는 업체도 있어요."(국내 자동차회사 구매부 직원 A씨)
조선·자동차 부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재입법 논의가 9월을 넘겨 11월까지 지연되면 협력업체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소기업 피해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전월 말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58%로 지난 6월 말 0.48%보다 0.1%포인트 뛰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7월 중 선박·자동차부품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연체가 증가한 영향"이라며 "이후로도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등이 예정돼 있고 기업 수출 전망이 밝지도 않아 1·2차 협력업체를 둘러싼 여건이 우호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난 6월 말 효력이 끝난 기촉법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논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어 기업 구조조정도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촉법 일몰로 금감원이 매년 점검했던 '기업 신용위험평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매년 8월 초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결과 발표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기촉법상 워크아웃 대상 기업 13곳과 통합도산법상 회생절차 대상 기업 12곳 등 총 25곳에 대해 금융권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올해는 그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연말까지 신용공여액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신용위험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근거법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회사가 '이번만 넘기자'는 식으로 님트(NIMT·Not In My Term)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제동을 걸거나 추가 자료를 요청할 근거가 없어 힘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신용위험평가 제도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미리 선별해 기업들이 경착륙하는 것을 막고 위기가 한번에 쏠리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에 가서 구조조정 기업으로 몰리면 한정된 정책자금이나 금융회사 구조조정 지원 자금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 협력업체 생태계에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워크아웃을 지원하던 IBK기업은행은 7월 이후 워크아웃 대상 기업 5곳에 대해 일단 자율협약을 추진하며 기촉법 재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촉법이 없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기관투자가나 사모펀드 등 비협약 채권기관들이 독자 행동에 나서면서 협약이 깨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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