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 소재 4년제 A 대학교 내 '여학생 전용 열람실'을 문제 삼는 글이 올라와 학생들 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률이 높아지는 시기에 여학생 전용 열람실은 특정 성별에 대한 특혜라는 것.
글쓴이는 "시험 기간의 경우 특히 도서관 자리 맡는 게 전쟁이나 다름없다"라면서 "그런데 여학생 열람실은 여자들만 입장이 가능해 남학우 입장에서는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남학생 열람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역차별이라는 의견과 남성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댓글 창에는 "동일임금, 동일대우를 바라면서 이 같은 혜택은 차별로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 "열람실 내 여학우 대상으로 한 성범죄 발생 횟수와 관련된 통계자료도 없다", "남학생 열람실도 만들어달라"라며 여학생 열람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와 반대로 "동성끼리만 있을 때 집중이 더 잘된다", "편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내용의 댓글들도 존재했다.
A 대학의 여학생 전용 열람실은 1990년대에 도서관 내 여학생 성추행 사건 발생 이후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학생들이 겪는 불편한 시선과 발생 가능한 성범죄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A 대학에 재학 중인 이 모씨(26·여)는 "일반 열람실에는 잠재적 성폭력 위험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여성들이 짧은 바지를 입고도 시선 걱정없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 모씨(25·남)는 "여학생들만을 위한 열람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같은 등록금 내고 학교 시설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득을 보고 있는 쪽에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여학생 전용 열람실이 시대착오적 공간이라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여론은 여학생 전용 공간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10여 년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06년 당시 각 대학교 내 여학생 전용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자 사회적 분위기에 맞는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반대 목소리도 존재하긴 했지만 생리 공결 허용, 여학생 전용 열람실·휴게실 개설 등이 여성 인권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현재 미투 운동, 몰카 범죄 등으로 인해 '혐오'로 치달은 남녀 갈등이 대학교 내에서도 만연한 모양새다. 여학생 열람실 존재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남녀 혐오로 점철된 단어에만 매몰돼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
남녀 성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진 이 같은 갈등에 A 대학 학생회 측은 "대학 내 여성전용공간이나 생리공결제도 등에 관한 문제는 매 학기 빠지지 않고 논란이 되는 주제"라면서 "여학생 열람실을 반대하는 주장도 일리 있지만 아직까지 시설 철회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남학우들이 남학생 열람실 개설을 요구한다면 논의해 볼 수 있겠으나 실효성 부분은 더 논의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여학생 휴게실을 남학생 휴게실로 바꾸는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총학생회 측이 "남자 휴게실 한 곳이 난방 및 위생 문제로 사용자들 불편이 있었고 설문조사 결과 새로운 남자 휴게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내 휴게실은 여자 전용 7곳, 남자 전용 2곳이 됐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한 곳 정도는 남자 전용으로 바꿀 수 있지 않느냐"라는 의견과 "남학생에 비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여학생 특성을 감안해 전용 공간을 만들었던 만큼 단순한 숫자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빚어졌다.
이에 학생회 측은 "갈등이 심해질 경우 다른 방안도 고려해보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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