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상공인·창업가 `사관학교` 된 은행들
입력 2018-09-09 17:23 
# 서울 광진구에서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는 A씨(63).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오르는데 손님이 없다"며 'KB 소호 컨설팅센터'를 찾았다. 막막하기만 했던 돌파구는 KB국민은행 컨설턴트가 매장 방문 후 상담을 진행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A씨는 무료로 제공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홍보법과 사업 노하우 덕에 안정적인 매출을 회복했다.
# 지난해 창업한 젖소 초유 화장품 업체 팜스킨은 사업 확장을 고민하다 NH농협은행 컨설팅 덕에 연내 신상품 출시에 힘쓰고 있다. 곽태일 팜스킨 대표는 "농협은행 컨설팅은 무료인 데다 틈새시장 공략법을 제공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경기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비금융 지원'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뒤 당국과 은행권에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지는 등 공동 대책 마련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은행권의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회 차원의 공동 플랫폼이나 은행과 유관기관의 경영 컨설팅 네트워크 강화 등 여러 내용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사회공헌뿐 아니라, 지난 7월 기준 304조6000억원에 다다른 개인사업자 대출의 건전성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국민은행은 2016년 9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KB 소호 창업지원센터'를 열어 무료 1대1 창업 컨설팅을 제공한다. 센터는 서울 5개 지역과 광역시 5곳으로 확장돼 전국 총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개소 후 현재까지 컨설팅 제공 건수는 1100여 건에 달하고, 점포 입지와 상권 분석, 창업 절차와 인허가 사항, 금융 상담, 자금 관리 및 절세 방안 등 상담 범위의 폭도 넓다.
신한은행도 '신한 소호 사관학교'를 운영 중이다. '사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수별로 30명의 한정된 인원을 선발하고, 전문가 코칭과 실습 등을 통해 실질적인 경영·마케팅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교육은 8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지난 4일 6기 교육이 마무리돼 외식업·홍보업·동물병원 등 다양한 업종의 개인사업자 총 180명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NH농협은행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정체성을 살려 농식품 기업을 대상으로 무료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29개 업체가 컨설팅을 받았거나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식품의 특성상 영세·창업 기업이 많이 이용한다"며 "농식품 생산·가공·유통업종 이면 다른 조건 없이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