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POP] 파산위기에서 엔터1위로…반전 일으킨 JYP ‘3無전략`
입력 2018-09-07 17:12  | 수정 2018-09-07 19:31
◆ 키워드 K팝 / ② JYP엔터테인먼트 ◆
2008년 박진영 창의성최고책임자(CCO)는 원더걸스의 미국 데뷔를 꿈꿨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기로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JYP의 미국 시장 대규모 투자도 부실해졌고 뉴욕에 열었던 대형 레스토랑의 적자는 계속됐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영업손실만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JYP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박진영의 과감한 혁신이 있었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앎에도 기존의 성공 공식을 버리기란 참 어렵다. 그런데 JYP는 세 가지 관습을 버렸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회사 내부의 '칸막이'를 버리고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전환했다. 또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등 기존의 K팝 수출전략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한국인 없는 K팝'이란 새로운 글로벌 전략을 짰다. 마지막으로 역동성 있는 회사로 변모하기 위해 '박진영' 바로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았다. 결국 JYP는 2001년 상장 이래 17년 만인 올해 시총 1위를 달성해 SM과 YG 등 경쟁자를 제치고 엔터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 박진영 원톱체제 허물기
2010년대 초반 JYP 가수들의 노래는 첫 소절만 들어도 구분이 갔다. 대부분의 JYP 소속 가수의 노래는 박진영의 손에서 나왔고, 그런 노래들은 꼭 첫 부분에 'JYP'를 외치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3사 대표 중 유일하게 작곡과 작사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 프로듀서였다. 하지만 2015년 박진영 CCO는 돌연 "박진영 없는 JYP엔터테인먼트를 만들겠다"고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꾸몄다. 직원들도 처음엔 당황했다.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는 데 3년이 걸리더라"고 밝혔다.
이전에는 타이틀곡 선정부터 뮤직비디오, 안무 등 모든 음반 제작과정에 박진영 프로듀서가 관여했다. 이른바 '원톱체제'였다. 하지만 타이틀곡부터 음악선곡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아티스트, 제작부문, 마케팅 등 여러 부문에서 일하는 실무진에게 최고 점수를 얻은 1곡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한다. JYP 관계자는 "인원은 유동적이지만 10명 내외로 위원회가 구성되고 각자 한 표를 행사한다"며 "임원부터 평사원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회에서는 박진영 프로듀서에게도 단 한 표만 주어진다. 이 덕분에 JYP는 역동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JYP에는 총 8명의 대표 프로듀서가 있다. 박진영은 그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 업무별 부서 대신 아티스트별 TF팀
트렌드 전환이 빨라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필수인 엔터테인먼트회사에 마케팅, 홍보, 매니지먼트 등 일반적인 회사의 조직구성방식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모든 부서를 업무에 따라 분리해 놓으니 회사의 규모는 커지는데 속도는 나지 않았다. 2015년부터 JYP는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단 하나의 아티스트만을 위한 전담 TF를 구성한 것. 업무별로 나뉘었던 부서를 아티스트별로 나눠 마케팅 담당, 홍보 담당, 매니지먼트 담당을 하나의 아티스트 TF로 새로 꾸렸다. 그렇게 성공시킨 그룹이 바로 트와이스다.
박진영 CCO도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이 전략을 꼽는다. "이전에는 아티스트나 회사의 성장속도에 비해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신속하지 못했다. 개편 이후 너무 빠르고 효율적이며 담당자와 아티스트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회사는 트와이스의 성공 이후 이 제도를 모든 팀에 도입했다. 현재 JYP에는 4개의 레이블이 있고, 아티스트들은 이 4개의 레이블에 각각 배정되어 있다. 각각의 레이블에 소속된 직원들은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아티스트별로 적합한 전략을 짜고 바로 행동에 옮긴다.
◆ K팝 시스템을 세계에 판다
박진영은 K팝을 3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는 한국의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 2단계는 해외의 인재를 데려와 한국 아티스트들과 섞는 것. 이 실험의 첫 번째 사례가 바로 태국계 미국인 아티스트 닉쿤이 소속된 2PM그룹이다. 실제로 2PM은 한국 못지않게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에도 걸그룹 미쓰에이에는 페이(중국인)와 지아(중국인)가, 트와이스에는 쯔위(대만인), 사나, 미나, 모모(일본인)가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JYP 매출 상승에 가장 큰 효자는 일본에서 대박을 치고 있는 트와이스인데, 일본인 멤버들 덕에 일본 활동이 수월했다. 트와이스는 9월 말부터 일본에서 관객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 투어에 나서는데, 9회 아레나 투어 티켓이 이미 매진됐다. 지난 6월에는 50만장 이상 팔린 앨범에 주어지는 더블 플래티넘 인증을 일본레코드협회로부터 받기도 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JYP가 엔터3사 중 1등으로 올라선 데에는 트와이스의 공이 가장 컸다"며 "걸그룹은 보통 내수용인데, 트와이스는 카라와 소녀시대 이후 일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K팝의 3단계는 바로 '해외 인재를 육성해 프로듀싱하고 배출하는 것'이다. 바로 '한국인 없는 K팝그룹'. K팝의 글로벌화를 위한 현지화 전략이다. 이달 중 JYP는 중국 최대 음악 스트리밍 기업인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TME)와 손잡고중국 아이돌그룹 '보이스토리'를 중국 현지에서 데뷔시킬 계획이다. 평균 13세의 중국 남자아이들 6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인데, 전원이 중국 본토 출신이다. JYP 관계자들은 이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두 달간 밴 하나로 중국 소도시 여기저기를 누볐다. 이 덕분에 아직 정식 데뷔 전인데도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트인 QQ뮤직 차트에서 벌써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JYP는 내년 말이나 2020년 초 전원 일본인 걸그룹도 선보인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 다른 나라에서도 통하는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시아 중 한국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며 "특히 기획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연습생 시스템과 뛰어난 프로덕션 능력이 바로 K팝의 원천기술이다. 이를 반도체처럼 전 세계 수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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