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학차량 원생 방치 사망' 첫 재판서 원장 '무죄' 주장
입력 2018-09-07 14:38  | 수정 2018-09-14 15:05


"책임 통감하나 검찰 제기한 공소사실 인정 못 해"
인솔교사·운전기사·보육교사 등 3명은 모두 잘못 인정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망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나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폭염 속 통학차량 안에 방치된 4살 어린이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오늘(7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형사6단독 김종신 판사 심리로 열린 오늘 재판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인솔교사, 운전기사, 원장, 보육교사 등 피고인 4명이 각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습니다.

구속 수감 중인 인솔교사 28살 구모씨와 운전기사 61살 송모씨는 수의를 입고 고개를 떨군 채 피고인석에 앉았습니다. 구속을 피한 35살 원장 이모씨와 담당 보육교사 34살 김모씨도 평상복 차림으로 법정에서 출석했습니다.

숨진 어린이의 부모를 대신해 외숙모 등 2명도 흐느끼며 재판을 방청했습니다.


검찰 측은 "구씨와 송씨가 원생들이 통학차량에서 모두 하차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공소를 제기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원생이 등원하지 않은 사실을 일찍 인지하고도 원장과 부모에게 뒤늦게 알린 김씨와 통학차량 일지에 인솔교사의 서명이 없는 데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이씨에게도 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씨와 송씨, 김씨 등 3명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대로 모두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장 이씨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씨는 변호인을 통해 "어린이집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나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과 달리 교사들을 교육하고 관리·감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인솔교사의 서명이 없었으나 다른 교사에게 원생들이 모두 하차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통학차량에 원생이 남아 방치된 것을 예견할 수 없었다"며 "이번 사망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인솔교사 구씨는 사고 15일 전인 지난 7월 2일 처음 출근한 것으로 재판에서 확인됐습니다. 또 보육교사 김씨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 등원하지 않은 것을 인지하고도 오후 4시가 돼서야 부모에게 전화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앞서 지난 7월 17일 오후 4시 50분쯤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인 승합차 안에서 4살 A양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양의 체온은 37도까지 올라있었고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당시 이 지역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넘었습니다.

조사결과 A양은 오늘 오전 9시 40분쯤 다른 원생 8명과 함께 이 차를 타고 어린이집이 왔지만 미처 내리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뒤늦게 보육교사인 김씨가 A양의 부모에게 전화해 등원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고 정상 등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 나섰다가 통학차량 안에서 숨진 A양을 발견했습니다.

A양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 통학차량 안에 7시간 10분간 갇혀 있었다가 열사병에 의해 질식사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어린이집과 교사 등은 공분을 샀다.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A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씨와 송씨를 구속기소했고, 결원을 제때 보고하지 않은 이씨와 관리 책임이 있는 김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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