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에너지 뱀파이어` 경계주의보…혹시 나도?
입력 2018-09-04 15:47 
`에너지 뱀파이어`는 소통 단절을 유발, 결국 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집이나 학교, 직장 등 어느 곳을 가든 사람 대 사람 간 대면 대화는 필수다. 그런데 유독 특정 사람과 대화를 마친 뒤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만 쏟아내고 상대방의 이야기는 경청하지 않는 사람, 사회생활 중 경계대상 1호인 이들을 주디스 올로프 UCLA 정신과 임상교수는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지칭했다.
상대방에 기생해 에너지를 빨아먹는 '에너지 뱀파이어'는 피로감과 불안감, 우울감을 준다는 점에서 정서적 뱀파이어(emotional vampire)라고도 부른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예진 씨(26)는 대학교 동기 A씨의 끝없는 푸념에 지쳐만 간다. 취업이 안된다는 A씨의 하소연을 고장난 라디오마냥 '무한 반복'해 들으려니 관계를 끊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처음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여러 해결책을 제시해주며 공감했지만 해결책을 들을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A씨의 모습에 심리적인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
A씨는 에너지 뱀파이어 중에서도 '피해자형(The Victim)'에 속한다. 피해자형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부족하고 항상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긴다. 이외에도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려는 '관종'인 '나르시시스트형(The Narcissist)' △꼬투리를 잡아 지적을 일삼는 '통제자형(The Controller)' △상대방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쏟아내는 '수다꾼형(The Constant Talker)' △사소한 일을 크게 부풀려 과장하는 '엄살대장형(The Drama Queen)' 등이 있다.

에너지 뱀파이어의 문제는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전염시킴으로써 자신의 정서적인 부담감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인 자코모 리촐라티 교수에 따르면 사람 뇌 속에는 '거울 뉴런'이 존재해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관찰·간접 경험만으로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에너지 뱀파이어와 함께할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증가해 만성 피로, 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는 상대방의 부정적인 에너지가 자기 자신한테까지 영향을 미쳐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에너지 뱀파이어에게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에너지 뱀파이어와의 만남 자체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김연우 심리상담센터'의 김연우 심리학 박사는 "에너지 뱀파이어를 감당할 수 없다면 정서적 거리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피할 수 없거나 관계를 지속해야 할 경우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의 말에 공감하며 함께 힘들어하기 보다 '내가 너의 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사소한 몸짓 하나로도 그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에너지 뱀파이어가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정서적 소화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면서 "자신이 지금 힘든 것처럼 상대방이 나로 인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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