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92살 김복동 할머니의 빗속 외침…"화해치유재단 즉각해산, 잘못 뉘우치길"
입력 2018-09-04 08:20  | 수정 2018-09-11 09:05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화해치유 재단' 즉각 해체를 촉구했습니다.

장대비가 쏟아졌던 어제(3일) 오전 9시, 92살의 김 할머니는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흰색 우비를 입고 휠체어에 앉아 '화해치유재단 즉각해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습니다.

김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릴레이 1인 시위의 1번 주자로 나선 것입니다. 정의연은 이날부터 9월 한 달간 외교부 앞에서 매일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암으로 투병 중인 김 할머니는 닷새 전 수술을 받아 거동이 어려운 데다 날씨까지 얄궂게 도와주지 않았지만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이날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김 할머니는 빗속에서 30여 분간 외교부 청사 앞을 지키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김 할머니는 "어떻게 일가친척도 아니고 팔촌도 아닌 사람들이 얼굴도 모르고, 우리 보러 오지도 않은 사람들이 할머니들 팔아서 그 돈으로 자기들 월급 받는 것이 참 우습다"며 "전 세계 돌아다녀도 우리 같은 나라는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위로금을 받으려고 이때까지 싸웠느냐. 위로금을 1천억 원을 준다 해도 우리는 받을 수 없다"며 "우리가 돌려보내라고 했으면 적당히 돌려보내야 할 텐데 정부는 해결해준다고 해놓고 아직도 해주지 않고 있다"고 꾸짖었습니다.

화해치유 재단은 2015년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으로 설립됐으나, 합의에 대한 논란과 함께 10억 엔 반환과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사실상 기능이 중단됐습니다.

김 할머니는 일본 언론에서도 취재를 나왔느냐고 물어본 뒤 아사히 신문 특파원에게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 시대에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라는 이야기를 늙은 김복동이가 하더라고 신문에 내서 아베 (총리) 귀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나는 비참한 식민지 시대를 겪었지만, 아베는 말로만 들었지 겪어보지 못했다"며 "버틸 걸 버텨야지 자기네들은 무조건 안 했다, 우리는 모른다고 할 게 아니라 아베가 나서서 해결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의연은 지난달 6일 화해치유재단이 입주한 서울 중구 한 빌딩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재단의 해산을 촉구하는 '1차 국민행동'을 벌여왔으며, 이달에는 외교부 청사 앞에서도 동시에 시위하며 '2차 국민행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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