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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참사`, 아마야구 살리는 계기 돼야
입력 2018-09-04 06:01  | 수정 2018-09-04 09:09
선동열(왼쪽)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수확하고 귀국했지만 큰 환영은 받지 못했다. 사진(인천공항)=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오지환 참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야구대표팀의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간 드림팀으로 불렸던 프로선발은 창고속에 처박고 아시안게임엔 순수 아마추어대표팀이 출전하는 것이 정답임을 입증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촉발된 이번 스포츠선수 국제대회 병역혜택 논란은 야구계가 그 중심에 놓여있다. 이번에 혜택을 받은 오지환-박해민이 논란의 불을 지폈지만 따지고 보면 야구계의 그간 아시안게임을 향한 태도자체가 원인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드림팀이라는 수식어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 한국 중학생 수준의 상대국들이 출전하고 라이벌 일본, 대만조차 사회인야구선수들이 주축이 돼 나서는 대회에 프로 정예멤버들이 출전함은 물론 자국리그까지 중단하는 우리의 자세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냉정한 아시안게임 야구의 현실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황재균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넨 상대 인도네시아 선수 사례나 대패했음에도 출전에 의의를 두고 웃고 즐기는 약체팀들 사이에서 전직 메이저리거, KBO리그 최고연봉 선수들의 모습은 분명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에 그간 꾸준히 금메달이 주는 병역면제 혜택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보란 듯 다시 논란의 선수들을 선발, 마땅한 기회조차 주지 않은 대표팀과 KBO 또한 스스로 과정과 선발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
지나간 결과야 어쩔 수 없지만 국민들 여론은 여전히 매섭다. 3일 귀국현장에서도 체감될 정도로 야구계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거셌다. 좋은 활약을 펼치고 금메달을 땄지만 고개를 들지 못한 선수들과 축하해주지 못한 국민들의 사이에는 큰 괴리감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논란을 통해 아시안게임 병역혜택 관련 제도가 손질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꾸준히 지적 받은 문제인데 이번 사태가 확실한 근거가 됐다. 국방부와 병무청 등이 국제대회 전반의 병역혜택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한 가운데 KBO가 중심이 될 야구계는 이와는 별도로 강제적으로라도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듯하다. 벌써부터 향후 아시안게임 선발시 변화한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아시안게임 야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번 대회였다.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천정환 기자
▲아시안게임은 아마추어가 중심돼야
그렇다면 구체적 방법론은 어떻게 흘러가야할까. 여러 의견이 있고 앞으로 논의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대회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근본 문제가 된 아시안게임의 경우 국가별 실력차는 물론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너무 상이하다. 한국이나 일본, 대만의 경우 홍콩과 중국,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와 상대할 때 콜드게임을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인식마저 든다. 더군다나 그나마 상대가 되는 일본과 대만조차 사회인야구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아마야구와 실업야구를 강조하는 그들의 자세가 온전히 나오는 것인데 이러다보니 한국만 동 떨어지고 의도적 출전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는 경기력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렇기 때문에 향후 아시안게임은 대회 취지와 과정을 고려했을 때 대학야구 등 아마선수로 구성돼 출전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리그가 중단되는 촌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테고 일본과 대만으로부터 이기고서 비아냥을 듣지도 않을 수 있다. 프로선수들 역시 굳이 이겨야 본전이라는 인식 속 이로 인한 중압감을 느끼며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아마야구 발전의 토양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대학야구를 비롯한 국내 아마야구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병역혜택만을 위한 발전은 안 될 일이지만 하나의 당근이 될 수 있고 이는 현실적으로 프로진입이 안 된 기대주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상생하는 발전 취지에도 부합한다.
물론 이와 같은 경우, 금메달을 자신할 수는 없게 되는 게 사실이다. 아마야구의 현실을 볼 때 일본은 물론 대만조차 이기는 게 쉽지 않기 때문. 다만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들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근본적으로 세상이 변했다. 더 이상 도하 참사 운운하며 대표팀의 메달획득에만 집착하는 풍토는 설 자리를 잃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대표팀 선수선발 기준이 바뀔 수 있을까.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천정환 기자
▲드림팀은 어디서 보면 되나
그렇다면 국민들이 기대하고 또 응원할 수 있는 야구드림팀은 어디에서 보면 될까. 대회는 많다. 프리미어12가 있고 메이저리거도 참가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도 있다. 또한 당장 2년 뒤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에서도 정예 선수가 꾸려질 수 있다.
올림픽의 경우 메이저리거가 참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일본과 대만 등 한국의 직접적 메달 경쟁 팀들은 대거 정예자원을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 취지를 고려했을 때 아시안게임과는 다른 요소가 존재한다. 결정적으로 올림픽은 아시안게임처럼 메달이 당연시되는 상황이 아니다. 쿠바 등 무시무시한 상대는 얼마든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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