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시간 어디로…" PC방 업주들 시간 조작 `꼼수`?
입력 2018-08-31 17:15  | 수정 2018-08-31 17:36

#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A씨는 어느 순간 충전한 시간보다 PC방 시간이 빨리 차감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A씨는 2시간을 충전해 게임을 하는 동시에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종료된 뒤 시간을 확인하자 1시간 24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PC방 업주에게 가서 묻자 "유료 게임을 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곳도 다 이렇다"라는 답을 들었다.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PC방으로 향한 대학생 B씨는 선불 요금 3000원을 지불하고 3시간 동안 게임을 하려다 사정이 생겨 사용 종료 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 다시 PC방을 찾은 B씨는 게임을 즐기다 "선불 시간이 종료됐습니다"라는 안내 멘트를 듣고 PC방을 나왔다. 그러나 시간은 약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B씨는 PC방 업주에게 "1시간이 어디로 증발된 것이냐"라고 따졌지만 "최소 사용시간이 있다"라는 불친절한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PC방 어디에도 관련 안내 사항은 찾을 수 없었다.
PC방 업주에 따라 유료 게임 설정과 금액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유료 게임 시간 차감에 뿔난 이용자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PC방에서 충전한 금액 대비 시간이 빠르게 차감된다"라는 의문이 제기되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는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지적이다. 이용자가 오버워치, 배틀 그라운드 등 일부 유료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PC방 측이 게임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사용료를 충당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과금을 부과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시간을 충전하더라도 유료게임의 경우 이용 시간이 더 빨리 차감된다는 의미다.
로그인 첫 화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써져 있는 '유료 과금' 안내.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문제는 PC방 업주들이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관행'이라는 핑계하에 이용자들의 시간을 차감하고 있는 것. 업주들은 유료 게임 이용자에게 이용 금액의 평균 10%가량을 별도로 부과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유료 게임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PC방 업주들은 이용자가 금액 변화를 느껴 반발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요금 인상 없이 이용 시간을 차감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
서울 중랑구와 동대문구 일대 유료 게임비를 받는 PC방 10곳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PC방이 이런 방식으로 요금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50%가 유료 과금 부과를 명시해두지 않았으며 나머지 PC방은 고지를 하더라도 최초 로그인 화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기재해 놓을 뿐이었다. 유료 게임비를 따로 받지 않는 PC방의 경우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거나 따로 부과하는 PC방의 경우 이를 숨기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중구에서 몇 년째 PC방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 모씨는 "따로 유료 게임비를 받지 않는 곳은 기존 이용요금에 유료게임비가 포함된 경우일 것"이라며 "기존 이용 요금이 낮다면 유료 게임비를 따로 받음으로써 실제로는 가격이 똑같거나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료 게임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용자의 경우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학생 A씨는 "화가 나 매장 입구와 카운터 쪽을 재차 확인했지만 안내문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다른 PC방에서도 확인해보니 맨 처음 화면 끝자락에 조그맣게 쓰여있을 뿐이었다. 소비자 우롱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PC방 대부분이 무인 기계를 설치, 선불 방식을 택해 남은 시간은 회원 정보로 저장되도록 한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최소 사용시간' 안내는 대체 어디에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건 비단 유료 게임비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PC방마다 책정된 최소 사용시간이 있어 일정 시간(30분~1시간) 사용을 안 할 시에도 시간이 차감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PC방 요금 결제는 후불 방식과 선불 방식으로 나뉘는 데 최근에는 무인 기계 설치를 통해 대부분의 PC방이 후불 방식을 선택, 남은 시간은 회원 정보로 저장돼 추후에 재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원의 경우 시간 종료 버튼을 눌러도 남은 시간이 저장되는 데 해당 시간이 차감된 채로 저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입 약관이나 관련 안내 등 따로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용자가 직접 물어볼 경우에만 안내가 이뤄졌다.
서울 중랑구 소재의 한 PC방 역시 매장 내부에 최소 사용시간에 관한 안내문을 발견할 수 없었다. 3시간을 충전해 10분가량 이용한 뒤 사용 종료 버튼을 누르고 재접속하자 시간은 두 시간으로 줄어 있었다.
PC방마다 최소 사용시간 설정 기준은 상이하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실제 PC방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확인해 본 결과 업주마다 시간 설정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C방 측에서 최소 사용시간을 1시간으로 설정했을 시 1시간 미만으로 사용하면 남은 시간이 사라지는 것. 만약 4시간을 결제한 뒤 20분만 사용하고 종료한다면 40분이 차감돼 3시간만 남는 시스템이다.
대학생 B씨는 "매장 어디에서도 '최소 사용시간'에 대한 안내를 보지 못했다"라며 "안내가 없었다면 몰래 깎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관행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받았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철저히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이어 "시간 조작으로까지 느껴졌다"라며 "문의를 했을 때 금액이나 시간 등 보상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의무 아니다" 업주들은 억울할 따름
PC방 업주들은 유료 게임 시간 차감이나 최소 사용시간 설정 등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발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PC방 업주 이 모씨는 "유료 게임 별도 차감 여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PC방에 많이 오는 손님분들은 이미 모두 아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게임이 차감되고 얼마큼 차감되는지 등 이를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PC방 업주 김씨는 "고지하지 않은 건 잘못이지만 최소 사용시간을 설정한 이유는 몇몇 '진상' 손님들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액권을 끊은 뒤 5~10분 잠깐씩 사용하다 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 김씨는 "예전에 5분 이하로 사용하면 시간 체크가 안됐는데 이를 악용해 잠깐 문서 작업하고 잠깐 담배 피우고 가고 이런 경우가 왕왕 있었다"라며 "정액권은 회원들한테 나름 혜택을 주는 건데 이렇게 잠깐만 쓰고 가면 우리는 남는 게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PC방 사정을 알면 그 소리가 안 나온다. 최저임금은 오르는 데 PC방 가격은 그대로"라며 "우리는 10여년 전부터 1000원대 가격 유지하고 있는데 인건비, 게임비 등 다 빼다 보면 남는 게 없다. 게다가 요즘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pc방들이 넘쳐나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라고 호소했다.
PC방 업주와 이용자 사이의 이 같은 갈등에 한국소비자원은 "이런 사항을 고지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보이지만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라며 "PC방 자체적으로 요금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업주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에 시정 조치 등을 내릴 제재 권한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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