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세일전자 화재 희생자 9명 `영면`

"못난 엄마가 널 보낸다"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 사랑해"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로 목숨을 잃은 9명의 근로자가 31일 영면했다.
화재 희생자 합동영결식은 이날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유가족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강호 남동구청장,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정미 대표는 조사에서 희생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부디 영면하십시오. 남은 것은 이제 저희 몫"이라면서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 비정규직 차별 없고 노동자의 긍지가 넘치는 나라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강호 구청장은 "희생자들은 유가족 여러분과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가장 소중한 그 모습 그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유가족들은 쉽게 희생자들을 놓아주지 못했다. 남편 A씨(36)를 잃은 아내는 "나 밥 잘 먹고 아들 건강하게 키울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 사랑해"라며 마지막 사랑을 고백했다. A씨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을 뚫고 4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B씨(25·여)의 어머니는 "우리 딸 이 순간이 지나면 어디 가서 널 보겠니.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쁜 공주야 그래도 못난 엄마가 널 보내야 한다. 내 딸아 하얀 천사…"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유족은 끝내 실신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아내(63)를 잃은 남편은 "사랑하는 나의 여보,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좋은 구경 실컷하고 다시 만날 때까지 편안하길 바랄게요. 사랑해요"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특히 이번 희생자 중에는 신혼 2년차 아내, 생후 1개월 된 아기 엄마, 갓 입사한 신입사원 등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 주변을 더욱 슬프게 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화장장에서 화장 후 각 각 마련된 장지에 안장된다.
지난 21일 오후 3시 43분께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1공장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
[인천 =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