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30일 뉴스초점-언제까지 오보청?
입력 2018-08-30 20:07  | 수정 2018-08-30 20:27
'욕을 많이 먹어서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지난 26일, 기상청 관계자의 말입니다. 태풍의 상륙지점 예측이 틀린 뒤 과잉 예보를 했다는 여론의 질책에 대한 반성이었죠.

기상청의 헛발질은 그 뒤로도 반복됐습니다. 이틀 전 저녁 퇴근길 서울 강북에 내린 집중호우 때였죠. 호우주의보 등 그 어떤 호우 예비특보도 없었는데, 곳곳이 물바다가 됐고 그리고 나서야 기상청은 호우경보를 발령했거든요. 이때 나온 기상청 관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치 못한 일이다.' 하지만 정말 당황한 사람은 갑작스러운 비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기상청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150건 이상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젊은 층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아니라 일본 기상청 사이트를 검색하는 게 거의 일반화됐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500억 원짜리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성능이 일본에 뒤지지도 않고요. 하지만 컴퓨터가 관측자료를 내놓은 다음에는 분석관들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사람이 없습니다. 늘려도 모자랄 예보분석관실 소속 인원을 2015년 이후 절반으로 줄여 이제는 5명뿐이거든요.

올해 말엔 한반도의 기상관측을 전담하는 새 기상위성 천리안2A가 발사된다고 하죠. 3천 2백억 원 이상을 들여서 하는 사업입니다. 기상 예보에 기여할 거라는데 우리에겐 이런 기억도 있습니다. 지난 2010년에 3,500억 원을 들여 천리안 위성 1호를 발사했건만, 그 기상 자료를 못 썼던 겁니다. 기상자료를 활용할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 국내 기상 예보에 쓰지 못한 거죠. 웃지도 못할 일입니다.

슈퍼컴퓨터를 사고, 기상 위성을 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지난 27일 취임한 김종석 신임청장은 '국민들은 과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까지 예보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 욕망이 충족되지 않은 한, 기상청이 받는 비난의 화살은 피할 수 없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국민들이 날씨를 못 맞힌다고 무작정 기상청을 욕하는 게 아닙니다.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면, 기상청의 예보 수준도 그만큼 높아져야 하는 겁니다. 그 방법은 기상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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