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협력체계 구축` 중견 제약사도 글로벌 경영 가속화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경영이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바이오업계와 일부 대형 제약사가 한국산 의약품의 세계화를 주도했지만, 최근 중견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기술수출, 협력관계 구축 등의 성과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최근 아토피 치료 혁신신약 후보물질 JW1601을 덴마크 레오파마에 기술수출하고 개발·상업화 단계에 따라 최대 4500억원을 받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유명 상처 치료제 후시딘의 제조사인 레오파마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 구축차원에서 JW1601의 권리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JW1601은 JW중외제약이 개발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다. 히스타민4수용체(H4R)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존슨도 같은 기전의 약물 개발에 나섰지만 현재는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에 대해 혁신신약 개발을 목표로 오랜 시간 투자를 이어온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JW중외제약은 지난 1983년 중앙연구소를, 1992년 일본 쥬가이제약과 합작한 C&C신약개발연구소를 각각 설립해 혁신신약 개발을 목표로 투자를 지속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온 Wnt 분야의 연구를 통해 화합물 라이브러리인 주어리(JWELRY)와 화합물의 유효성을 예측하는 스크리닝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세포의 증식과 분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Wnt 신호를 활성화하면 탈모가 치료되고, 억제하면 항암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부광약품도 신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중위권 제약사다. 경구투여하는 당뇨 치료제 MLR-1023과 파킨슨병 치료제 장기투여에 따른 부작용을 치료하는 JM-010을 개발 중이다.
린(Lyn)키나제를 표적으로 하는 MLR-1023은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4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b상을 하고 있다. 기존 약물과 다른 방식의 작용하는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며 병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도 확인됐다. 부광약품 측은 MLR-1023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면 연간 최대 3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JM-010은 파킨슨병치료제 레보도파(L-Dopa)를 장기간 투여한 뒤 나타날 수 있는 운동 이상 부작용을 치료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임상 2a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로 올해 안에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2상을 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약 개발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일본 타카라바이오로부터 항암바이러스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국내에서 개발·상업화할 권리를 확보했다. 항암바이러스제제는 암세포 내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약물이다. 최근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해 반응률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동제약은 노바티스그룹 산하의 산도즈와 손잡았다. 회사가 보유한 심혈관계, 내분비계, 중추신경계, 종양계, 감염계, 소화기계, 호흡기계, 안과계 등의 제품 판권과 파이프라인 일부를 산도즈가 라이선스·서브라이선스 형태로 사들이기로 하는 업무협약(MOU)를 지난 23일 체결했다. 이번 MOU를 계기로 수익 창출과 함께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라이선스 인-아웃 기회를 확대하고 관련 역량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일동제약은 기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JW중외제약의 기술수출을 계기로 중위권 이하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도 주목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시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JW중외제약의 기술이전을 통해 중소형 제약사의 우수 파이프라인 이술이전 가능성이 확인돼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 제약산업은 우수한 물질을 찾아내는 리서치 역량의 글로벌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령제약과 부광약품, 일동제약 등은 신약을 개발해 출시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